_ 2005.05.19 01:00

사실 처음에 보자고 했을 때, 흔한 연애 영화 정도겠네.. 라고 생각 했다. 아마 포스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보면서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발레 교습소는 잘 짜여진 영화가 아니다. 주제도 제대로 없고, 클라이막스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좋았다. 삶에 주제가 하나던가? 클라이막스가 있던가? 그냥 어설프고, 깨지고, 그러면서 조금씩 느껴가는 것이 삶 아니던가...

특히, 발레 교습소에 나오는 고딩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 삶과 영화 속 삶은 많이 다르지만. 나는 그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가진 것이 많지만. 그러나 나도 그 속에서 잃은 것이 있었다.


또 발레 교습소에는 소수자들이 많이 나온다. 가난하고 병든, 부모마저 잃은 아이들, 동성애자(레즈비언과 게이 모두 나온다), 공부 못하는 아이, 꿈이 좌절당한 아이, 인정받지 못하는 발레 선생, 수강생이 적다고 한 공간에 몰린 발레와 검도, 일에 지친 아버지...
그들이 찜질방에서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희극적인 비극이다. 비극적인 희망이다.


마지막의 발레 씬...
누군가는 그것이 해피 엔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해피 엔딩은 아닌 것 같다...
보면서 계속 빌리 엘리어트와 비교되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왕립 발레단의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발레 교습소에서는 마지막의 발레 발표회 때도 늦고, 틀리고, 심지어 발레를 반대하는 아버지가 무대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발레 교습소 사람들이 하는 마지막 발레는... 고상한 발레가 아니라 정말 자유로운, 자신들만의 발레였다.

발레 교습소는 절망을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맞아서 쓰러진 수진이를 구하러 오는 남자 주인공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피흘리는 장면 그대로 암전.
그러면 발레 교습소에는 희망은 없는가? 만약 그 희망이 조작된 희망, 꾸며진 희망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없다. 발레 교습소 사람들은 정말, 그럭저럭 살아나간다. "몰라요. 살다보면 어떻게 되겠죠." 희망이라고 부르기엔, 정말 가난한 희망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희망 아닌 희망이다.


너무 많은 느낌들이 엉켜서, 글로도 정리를 못하겠다.
그냥 OST나 들으면서, 되새김질 해야겠다.
:
_ 2005.05.20 17:21

… 교사의 입장과 저널리스트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알려고 하는 사이에도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
'교사로서'라는 말을 꺼내면 우선 이런 문제에 부딪힌다.
"옳은 말씀이지만, 그 차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어 버리거든요."

- 하이타니 겐지로, 「모래밭 아이들」, 양철북, 101쪽.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가와 선생은 좀 전에 자유를 준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자유는 모든 인간 속에 있는 것이지 누가 주거나 허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자유에는 이를테면 사람을 죽일 자유도 있지만,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자는 결코 살인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요."

- 226쪽.


 

시게노부 선생은 또 입 언저리를 닦았다.

"사실 누구에게도 교사의 자격은 없습니다. 남에게 뭔가를 가르칠 자격, 그런 거 없어요. 하지만 교사는 필요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겠죠."

웬일인지 교장 선생이 큰 헛기침을 한두 번 했다.

"나의 유일한 양심이라면, 자신은 학생들보다 한 단계 위에 서 있는 인간이니까 명령을 해도 괜찮다는 우쭐한 생각만은 갖지 말자는 소극적인 것 뿐입니다."


- 228쪽.


"아시다시피 저는 미치코한데 말도 걸지 못하잖습니까."
"말은 벌써 걸고 있는걸요?"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은 벌서 밋짱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서로를 이해하느냐 아니냐는 둘째 문제고, 아무튼 둘은 이미 대화를 시작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
얼마 뒤에 구즈하라 준이 말했다.
"아주머니한테는 그런 시각도 가능하군요."
"저는 물론이고 밋짱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힘겨운 삶을 살다 보면 말의 세계보다는 무언의 세계를 더 믿는 버릇이 생기죠. 동물적 감각이라고 해도 좋은데, 적과 아군은 한눈에 알아본답니다."


_ 하이타니 겐지로, 「모래밭 아이들」, 266쪽.

-----------------------------------------------

나는 아이들에게 아군으로 서 있는가?

:

쓰라린 일을 당해본 사람이 쓰라린 일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도 쓰라린 일을 당한 적이 없는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는 없는 거다.


p.214

:

_ 2009.08.12 19:10
   미나 미니홈피에 남긴 글




(우선 글 시작 전에... 여기 내가 글 남겨도 되는 게시판인지는 모르겠지만, 글 쓸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어서 그나마 '빈틈' 찾아서 주저하며 낑낑 끼워넣음. 웬만하면 친구들 위해 게시판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ㅋ^^)
 
 
지지난 주부터인가,
에듀홀릭 게시판에 아리 글이 올라오면서...
그 기회를 틈타 요즘 에듀홀릭이랑 열린교실의 옛 기억들을 돌아보고 있다.
 
오늘도 벌써 69분째 열린교실 커뮤니티에 가서 내가 참여했던 열린교실들, 게시판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내 흔적, 친구들 흔적, 그리고 내가 참여하지 않았던 열린교실에서의 정현 아리 즐 등등 뒤를 이어간 흔적, 그리고 즐거웠던 학생들과의 흔적...
다 거슬러 올라가 봤어.
마치 시간을 회귀하는 기분으로.
 
 
사실 얼마 전에도
내가 과연 제대해서 공교육 교사를 계속 하는 게 맞을까? 이 따위 고민 하다가,
그래도 5년은 해보고 나서 때려치우자...뭐 이런 결론 내렸었지.
 
근데, 오늘
예전에 내가 했던 상담 모둠, 광고 모둠, 그리고 그 때 밤새 수업 준비하고 애들이랑 뒹굴고 하던 기록들 보며...
 
 
 
참 오랜만에
심장이 뛰더라.
 
 
물론, 그저 향수에 젖은
퇴행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래도, 분명 학교 수업 할 때보다 더 심장이 뛰었어.
그만큼 그 때는 열정적이었고, 치열했고, 자유로웠고... 미쳤었다.
 
뭐 함부로 교사를 그만두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항상 '공교육 교사인 수봉'의 저울 반대편엔
'열린교실 교사인 수봉'을 얹어두려고 해.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휘청대며 겨우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저울만이,
아예 주저앉지 않을 테니까.
 
 
 
 
제 무게를 못 이겨 땅으로 추락하지만은 않겠다는,
언제나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만은 남겨두겠다는,
그런 생각은 확실히 든다.
 
 
 
 
 
이번에 너 만날 수 있다면 더 많은 얘기 나누고 싶은데...
아쉽네.
그래서 글로라도 남기는 거야...^^
 
 
제주도 잘 다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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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능력평가 정착땐 인사기준 활용
교과부, 근무평정제도와 점진적 통합 추진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
_script src="http://www.munhwa.com/include/munhwa_view_setting.js">
교육 당국이 교원능력평가를 교원 인사와 연계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원능력평가제도를 점진적으로 교원의 근무평가제도와 통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면서 “이는 교원능력평가제도가 학교교육의 내실화뿐 아니라 교원의 인사기준으로 활용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내년에 교원능력평가제도가 모든 학교에 도입되면 근무평정, 성과급평가 등 교원에 대한 평가제도가 3원화된다”면서 “이중 교원능력평가제도는 교원의 승진과 연계되는 근무평가제도와 점진적으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합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교원능력평가제도가 정착되는 2~3년 후로 잡고 있다”면서 “교원능력평가제도가 도입되면 통합 분위기는 무르익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부가 교원능력평가와 관련한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을 공개하면서 교원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교원평가를 교원인사와 연계한다는 내용의 민감한 부분은 일단 제외했다”면서 “교원평가 결과 3회 이상 기준 미달 교사로 판정될 경우 사실상 직종 전환이나 의원면직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 같은 경우 3번 기준 미달 교사로 판정나면 이들 교사에 대해 학교사무직 등 직종 전환을 유도하거나 의원면직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능력평가를 인사와 연계하는 방침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물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등 교원 및 교사단체 등은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2일 교과부는 ‘교원 수업 전문성 제고방안’을 마련, 현재 1570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중인 교원평가제도를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평가기준에 미달하는 교사들에 대해선 최대 6개월간의 장기연수와 학기별 2회이상의 공개수업이 의무화될 것이라고 교과부는 밝혔다.

교과부는 또 교원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고교 교원들이 자신의 전공과목 외에 다른 교과목이나 통합교과목을 동시에 가르칠 수 있도록 복수전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문화일보 8월13일자 10면 참조)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
:
이 노래는
참 찾기 힘들고 가사도 거의 없다...

                                                                                                                                


아이들의 마음은
하늘빛 꿈으로만 가득하진 않아요
어른들의 욕심이
자꾸만 병들게 하는 걸요

어른들은 우리에게 말해요
아직은 때가 일러 바라보기만 하라고
어른들이 만들어준
이 공간에나 충실하라고

뭐라 말하려 해도
하얀 입김만 서려
이 거리는 더욱더
뚜렷해지기만 하는데

혼자만을 위해 주저앉지 말고
우리 함께 이 공간을 넘어

메마른 어린 가슴에도
새벽별이 숨쉬게 하자



혼자만을 위해 주저앉지 말고
우리 함께 이 공간을 넘어

메마른 어린 가슴에도
새벽별이 숨쉬게 하자

:

오랜만에 들은 교육 노래...
군대 있는 동안 잊고 있던 감수성과 의지를 다시 불어넣어주네^^

다행이다.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


허남기 시
이지상 곡
이지상 노래


비오는 날엔 비가 눈 내리는 날엔 눈이
때 아닌 모진 바람도 창을 들이쳐
너희들의 책을 적시고 뺨을 때리고 할퀴고
공부까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초라하지만 단 하나뿐인 우리의 학교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日本の&#23398;校よりいいです
(일본 학교보다 좋습니다)


큼지막한 미끄럼타기 작은 그네 하나 없이
너희들 놀 곳 없는 학교지만
조국을 떠나 수만리 이역에서 나고 자란
너희에게 조국을 배우게 하는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서투른 조선말로 웃으며 희망을 품는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日本の&#23398;校よりいいです
(일본 학교보다 좋습니다)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초라하지만 단 하나뿐인 우리의 학교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란다
日本の&#23398;校よりいいです
(일본 학교보다 좋습니다)

:

출처 : 서울대 국어과 §문학학회§
작성자 : 홍수봉
작성일 : 2004.03.15



생각보다는 짧았다.
집에서 틈틈이 읽고, 지하철에서 짬내서 읽고, 길 걸으면서 정신없이 읽은 지난 한 달...

「태백산맥」은 끝으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특히 10권의 마지막을 읽고...이대로 덮으면 소설의 무게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글로 토해 놓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은 압박감.

그들의 간절했던 바람, 그들이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단지 살기 위해 죽어야 했던 사람들...
살기 위해 죽어야 했던 사람들.....
나는 아직도 혁명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역사 투쟁을 위해 죽겠다는 결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지만, 생존을 위해 죽겠다는 사람들인데...

나는 솔직히 「태백산맥」에서 염상진이나 김범우같은 투쟁하는 영웅들 보다는, 이름 없이 무수히 죽어간, 또는 빨치산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안타까워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더 가슴아팠다. 그래서 한장수 노인이 마지막에 한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죽어가고, 또 자라나고, 또 살아가고, 또 죽어가고.... 그들의 무게가 내 위에 보이지 않게 쌓여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 생명은 나만의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도 기쁘게(!) 죽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대치가 자신의 이름을 손자에게 물려주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한 세대를 가지만, 또다른 세대가 그들을 이어서 투쟁할 것이다...는 믿음.


오늘은 쉽게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웅.ㅠㅠ

:

국가대표

2009. 9. 6. 15:00

0.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화관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최근 들어 본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 끝까지 다 보고도 일어나기가 싫었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러브홀릭스의 <Butterfly> 때문이리라. 글 쓸 때 음악은 절대 듣지 않는 나인데도, 지금 집중력 감퇴를 무릅쓰고 배경음악으로 깔고 글 쓰고 있다. 집중력 좀 희생하더라도, 어제 영화를 볼 때 느낀 "심장의 소리"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 공식을 잘 따른 영화다.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환경, 각각 장애와 상처를 가진 선수들, 그들을 모으는 감독, 피나는 훈련과 극복, 인간 승리의 결말까지. 어찌 보면 너무 통속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공식을 그대로 대입했다.

그러나 공식을 대입했다고 해서 영화가 공식처럼 건조하지는 않다. 틀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인물들의 삶의 리얼리티가 높았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인해 무국적자("넌 투명인간이냐?")로서 살아가는 밥 혹은 차헌태(하정우님). 약물 복용이라는 과거 전력과,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최흥철(김동욱님).  가난과 질병(귀먹은 할머니와 정신지체로 보이는 동생), 그리고 군 입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강칠구(김지석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조선족(인지 중국인인지;) 아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마재복(최재환님). 그리고 실패투성이 인생을 사는 방 코치(성동일님)까지. 이들의 절실하고 진정성있는 삶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1.2.

이들의 장애가 극도로 표면에 부상하는 순간이 바로 대표팀이 해체 위기를 맞을 때이다. 영화는 그들이 다시금 방황하고 좌절의 경계선까지 밀려나가는 모습을 한 명 한 명씩 보여준다. 특히 최흥철이 약물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다량 구입하는 것은, 그들이 스키점프를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좌절과 죽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약국에서, 약사(오광록님)의 한 마디가 국면을 전환한다. "겨울 비가 내리네."


'비'는 문학적 상징성이 대단한 소재이다. 특히 겨울비, 찬비. 이것은 고통이자, 고통을 용해시키는 용매이다. 비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틈바구니에 스며들어, 응고된 한(恨)을 녹이고, 사람들 사이를 화해시킨다. 그리하여 선수들은 꽁꽁 막고 있던 자신들의 상처를 해소하고,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강봉구(이재응님)가 비를 맞는 장면은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켰다.) 마지막에 감독까지 자신에게 내리는 비를 가리고 있던 우산을 벗어버린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우산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


1.3.

개인 안에 박혀버린 상처와 장애를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할 것인가? 영화는 이런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의 무게 때문에, 영화가 자칫 비극과 신파 일변도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균형 잃음을 막기 위해, 영화는 코미디의 양념을 '매우 잘' 활용한다.

특히 강봉구의 희극적 행동은 영화의 조타수 역할 혹은 브레이크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다. 강봉구를 약간 바보스러운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예상가능한 행동 양식을 뛰어넘는다. 형이 스키를 부수고 난리를 치면서 절규할 때, 봉구는 "내 꺼야!"라고 하며 도망치다가 넘어짐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한다. 조폭이 칼 꽂고 협박하면서 영화를 액션 영화의 코너로 몰아갈 때,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이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할 때(솔직히 난 차헌태가 멋있게 복싱으로 나쁜 놈들을 제압할 줄 알았다;), 봉구는 "어이없게도" 조폭 두목을 후려갈기고 도망친다. 영화 마지막에 차헌태가 어머니가 준 설탕 토마토와 어릴 적 앨범을 보면서 보는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때도, 봉구는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토마토를 마구 집어먹는 용감한(?) 개입을 함으로써 영화를 신파에서 휴먼드라마로, 눈물에서 웃음으로 구해낸다.

이 정도면 강봉구 없는 「국가대표」를 설탕 안 뿌려진 토마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1.

물론 「국가대표」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특히 영화의 지나친(?) 국가주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에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자. 물론 이 애국가가 군국주의적인 승리를 위한 애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에서조차 차헌태(이미 귀화해서 한국인까지 된)가 따라부를 수 없는, 참여할 수 없는 애국가를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결국 차헌태는 결정적인 귀화 시험에서 떨어진 거다.

나아가 차헌태에게 귀화를 강요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자신을 버린 나라'에 귀화하지 않으면 어머니를 찾을 수조차 없다. 국민이 되지 않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자 관계도 지키기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말 백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미 제목 자체가 「국가대표」인데, 뭘 더 바라겠냐-_- 하지만 대안 없이 그저 '애국가'에만 의존하는 대중주의적 감성은, 내 생각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최소한 마지막에 차헌태가 따라 부를 수는 있게 말이다.(뭐 스키점프 예찬가 혹은 어머니 마음 이런 노래 없나?;;;)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는 굉장한 영화다. 특히 후반부의 스키점프 경기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심장이 터질 듯한 벅찬 느낌을 주었다. 상상도 되지 않는 무한대의 속도감, 그 정점에서 허공으로 점프, 날아올라, 그리고는 정지. 활강 순간의 정지된 화면,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 혹은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한 눈밭, 그리고 착지하는 순간의 안도감까지. 스키점프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그리고 스키점프를 통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대표"하게 되는 선수와 코치 모두,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그 감동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사실 아까 부인이 아침밥 해 달라고 한 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얼른 글을 마무리해야하는데도, 쓰다 보니 어제의 감동이 더해져서 글이 길어졌네요. 이런 감동을 선물해 주신 공씨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부대 복귀해서도 늘 라디오로 듣고, 가능한 한 종종 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글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요^^;;;;




언제나 좋은 방송 감사해요.

안녕히.

:

어제 기지브이에서 상영한 영화...
 
 
매우 저질스러운 영상 비율과 음향의 씹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눈이 아프고 귀가 따가운 걸 무시하고라도,
 
감동적이었다.
 
 
 
역시 체육인과 교육인을 합쳐놓아서 그런지...
이범수의 대사들이 너무 좋았다.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네 삶까지 동메달이 되는 건 아냐.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바로 금메달이다."
 
"너희들이 내일 들어야 할 바벨이 아무리 무거워도,
너희들이 살아온 지난 삶의 무게보다는 가볍다."
 
 
 
그리고 늘 생각하는 화두 하나,
 
그 아이들의 "최선을 다하자"는 동기는,
목표의식은, 의지력은, 어디서 오나?
 
 
 
영화에서는 각자의 상처, 그로 인한 짓밟힘, 그에 따른 오기, 아니 생존 본능에 가까운 절박감이
그리고 그 절박한 눈물에서 나온 연대감이
그들을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방식만이 유일한가?
죽음과 절망과 눈물이 아닌, 사랑과 믿음, 기쁨을 통한 동기화는 불가능한가?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처럼 말이다)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
Believe      서로 믿고
Enjoy         만나면 즐겁고
Support    항상 응원해주며
Thank        늘 감사하고

Feel           서로의 마음을 느끼며
Respect   서로 존중하고
Ideal         서로의 이상을 나누며
Endure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참으면서
Need        필요할 때 언제든 곁에 있고
Develope   서로를 발전시켜주며
Sorry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바로
진짜
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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