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2005.05.19 01:00

사실 처음에 보자고 했을 때, 흔한 연애 영화 정도겠네.. 라고 생각 했다. 아마 포스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보면서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발레 교습소는 잘 짜여진 영화가 아니다. 주제도 제대로 없고, 클라이막스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좋았다. 삶에 주제가 하나던가? 클라이막스가 있던가? 그냥 어설프고, 깨지고, 그러면서 조금씩 느껴가는 것이 삶 아니던가...

특히, 발레 교습소에 나오는 고딩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 삶과 영화 속 삶은 많이 다르지만. 나는 그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가진 것이 많지만. 그러나 나도 그 속에서 잃은 것이 있었다.


또 발레 교습소에는 소수자들이 많이 나온다. 가난하고 병든, 부모마저 잃은 아이들, 동성애자(레즈비언과 게이 모두 나온다), 공부 못하는 아이, 꿈이 좌절당한 아이, 인정받지 못하는 발레 선생, 수강생이 적다고 한 공간에 몰린 발레와 검도, 일에 지친 아버지...
그들이 찜질방에서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희극적인 비극이다. 비극적인 희망이다.


마지막의 발레 씬...
누군가는 그것이 해피 엔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해피 엔딩은 아닌 것 같다...
보면서 계속 빌리 엘리어트와 비교되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왕립 발레단의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발레 교습소에서는 마지막의 발레 발표회 때도 늦고, 틀리고, 심지어 발레를 반대하는 아버지가 무대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발레 교습소 사람들이 하는 마지막 발레는... 고상한 발레가 아니라 정말 자유로운, 자신들만의 발레였다.

발레 교습소는 절망을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맞아서 쓰러진 수진이를 구하러 오는 남자 주인공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피흘리는 장면 그대로 암전.
그러면 발레 교습소에는 희망은 없는가? 만약 그 희망이 조작된 희망, 꾸며진 희망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없다. 발레 교습소 사람들은 정말, 그럭저럭 살아나간다. "몰라요. 살다보면 어떻게 되겠죠." 희망이라고 부르기엔, 정말 가난한 희망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희망 아닌 희망이다.


너무 많은 느낌들이 엉켜서, 글로도 정리를 못하겠다.
그냥 OST나 들으면서, 되새김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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