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2001.6.24
반도문학회에서



                                    나의 문학



나는 ‘문학’을 한다. 책을 읽고, 시와 소설을 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너는 왜 문학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문학을 문학 자체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할 수도 있고, 또다른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할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후자에 속한다.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시를 지었을 때, 나는 단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어떻게 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지금도 그런 정도에서 멀리 발전하지는 못했다. 길을 가다가, 또는 지하철 안에서, 또는 공부하다가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나는 우선 그것들을 기억해두고, 그것을 효과적으로(여기서 효과적이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쓰느냐 이고, 좀 더 확장하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공감을 얻느냐 하는 등등.) 표현하기 위해 문학이라는 ‘도구’를 빌린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문학이 뭐냐?”라고 묻는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파스텔을 애용하는 것을 보고 누가 “파스텔이 뭐냐?”라고 묻는다고 해도 난 거기에 대답할 말이 없다. 아니, 여기에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 나는 파스텔로 그림을 그릴뿐이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학’과 ‘파스텔’은 다르다. 문학은 그 자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파스텔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내가 문학을 하는 한, 나는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내가 위에서 파스텔의 비유를 든 이유는, 너무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한마디로, 문학이란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다가 정작 문학활동을 못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문학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김현(1991)은 『한국문학의 위상』이라는 책에서 문학은 억압적인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 사회 곳곳에 억압적 구조가 있지만, 문학 자체만은 그 억압구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학은 어떤 억압구조도 되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억압구조들을 비추어 줄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써먹지 못하는 것을 써먹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나는 문학은 허구이기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 현실에서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아니면 말하기에 껄끄러운 것들을 작가는 문학을 통해 마음껏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만은 현실도 용인을 한다. ‘문학이니까...허구니까...’하는 생각으로 우리는 문학 속에서의 자유로운 일탈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문학을 택한 것일까?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왜 나는 문학을 택한 것일까?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간단한 문제이다. 내가 문학을 택한 이유는, 그것이 내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고전이나 ‘좋은 책’이라고 평해지는 그런 류의 것들은 아니었지만, 나는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런 책 하나하나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그래서 나는 아직도 고전〔古典〕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문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상상의 자유’뿐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문학은, 읽기도 쉽지만 쓰기도 쉽다. 여기서 ‘쓰기 쉽다’는 것은 좋은 문학작품을 쓰기가 쉽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창작하는 데에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지하철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문학 창작은 가능하다(요즘 내가 쓰는 시의 거의 대부분이 기숙사로 홀로 걸어가는 길에 착상된 것이라는 것은 이런 말을 그대로 증명해준다). 이런 것은 영화나 연극, 미술, 음악 등에 비추어볼때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학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말해도 아직 문학의 문(文)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문학(文學)을 문학(門壑:개울을 건너는 문.)적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나에게 아직 문학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어떤 것을 위한 수단적 의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그 목적이 어떤 것일지, 어떻게 변해갈지는 나 자신조차도 감을 잡지 못한다). 그래도 내 짧은 소견이나마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 본 것은 이제 방학 때 있을 몇몇 내 창작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아직은 읽어본 책도 부족한 내가 감히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게 어쩌면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느낀 것을 최대한 문학(文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문학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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