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겨라.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잠언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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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생일로 분주한 하루였다.^^
사실 월요일에 이미 애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버렸다. 현서가 동영상 편집본을 내가 있는 단톡에 잘못 올리는 바람에..^^;;; 그래도 나는 그 영상으로 끝난 줄 알았고, 평소와 같이, 아니 오늘 특히 공지사항도 많아서 평소보다 더 빨리 조회하러 교실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원이와 예진이가 계단에 나와서 말을 걸었다. 지원이가 상담 일정을 갑자기 바꿔야 한다기에, 현타가 와서 좀 대화를 했다. 그리고 올라가려는데, 예진이가 수학여행 얘기를 걸었다. 음...여기서 살짝 의심이 들었다. 애들이 시간 끌고 있구나...ㅋㅋㅋ 그래도 애들한테 티 안내고 그냥 교실까지 올라갔다.
교실 앞문을 열자, 애들이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나에게 생일소품을 장착시켰다.^^; 축하 동영상도 나오고 있었다. 사실 난 애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면서 답하고 싶었지만...영상도 봐야하고....그래서 좀 정신없이 축하를 받았다. 왜 예상했는데도 침착하게 축하를 못 받는지..ㅜㅠ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ㅜㅠㅋㅋ
그리고 애들과 대화하고, 사진도 찍고...특히, 정윤이가 울었다.^^;;; 너무 감동받았다고...ㅜㅠㅜㅠ큐큐큐 그래서 나도 애들한테 답하면서 조금 울컥 할 뻔했지만, 잘 참았다.^^*
요즘 솔직히 바쁘고 힘들긴 하다. 애들한테도 얘기했다. 힘들긴 하다고. 그렇지만 그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그래서 너희들에게 고맙다고.
우리 9반 아이들과 남은 날도 5개월 밖에 안 남았다.ㅜㅠ 그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노력하자.
고마워, 사랑해, 9반 아이들아.^^
그리고 축하해준 서울여고 다른 학생들, 교사들도 모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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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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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있든
믿기
지켜보기
잠시 판단 보류
기다리기
한발짝 물러서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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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부산역
숙소
점심 풍원장
동백섬
APEC 누리마당

2일차
송정 해수욕장
용궁사
점심 기장끝집(전복죽)
국립과학관

3일차
태종대 다누비열차
부산시립미술관(이건희 컬렉션)
점심 여름을밀면 겨울이돼지국밥
해운대 리버크루즈

4일차
우동 성당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
천주교 주교좌중앙성당
점심 이재모 피자
바오로딸
부산역 뒤 친수공원, 북항(재개발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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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자전거 운동 시작한 지 3주 하고 사흘째.
오랜만에 배우고 느낀 점ㅋ을 적어본다.

- 매일 하기 정말 어렵다. 진짜 매일, '오늘만 쉴까?' 하는 유혹이 든다. 그래도 이 악물고 의지 다진다. 아직은, 부산 다녀온다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온 날 하루 말고는, 매일 빠지지 않고 했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 근데 생각보다 효과가 바로 안 보인다. 운동하면 살 빠지는 게 바로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물론 아내 말대로 먹는 것부터 줄여야 하지만.ㅜㅠ 그래도 좀 아쉽다. 운동도 공부처럼, 계단식으로 느나?
- 그래도 근력 붙는 건 느껴진다. 파워를 유지하면서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운동 시간도 이제 1시간은 가능하다.
- 문제는 1시간이 현실적 한계다. 내가 홑몸도 아니고, 퇴근하고 집 와서 집안일하고 애랑 놀다보면 9시 넘는다. 푸쉬업 하고 운동하고 씻으면 11시 넘는다. 내일 출근인데, 더이상 늦는 건 무리다. 운동에 투자하는 만큼, 다른 걸 포기하게 된다.ㅜㅠ

쓰다보니 운동 얘기인데, 공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애들한테 썰 풀어야지.^^
(오늘도 끝은 수업 이야기로 마무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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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작은 죄에 너그러워져라.
너도 그럴 수 있다.

큰 죄에는 너그럽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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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도 하지 말고
판단도 하지 말고

F든 T든
서로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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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1883〜1931)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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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 천 그루의 나무를 심은 사람 / <다른길> 중, 박노해, 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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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2022. 7. 3. 22:46

선희샘 얘기, 소윤샘 얘기 듣고
좀 멀다 느꼈는데
나도, 곧 닥칠 일이구나.

부디 건강하길.
나부터도 건강 챙기고 운동하자.

채니 오래 보려면...
가늘고 길게 살자.

그리고, 하고싶은 일은
미루지 말자.
끝이 언제 올지는 주님만이 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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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인데,
공문 기다려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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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좀 억울함과 짜증을 종종 느낀다.
학교에서, 교학공에서, 기타 모임에서 실무나 행정을 맡다보니,
가끔 제대로 안 따라주면 짜증이 난다.
솔직히, 실무도 좀 분담하면 좋지만,
그러면 일이 진척이 안되기도 한다.
그래도 좋아서, 재밌어서 하지만,
그래도, 롱런하려면,
협조와 분담도 잘 되어야 할 듯하다.
이런 억울함과 서운함을 차근차근 표현해가는 것도 나의 과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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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직 인생 처음으로, 동료교사에게 "왜 저한테는 불친절하게 대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교육과정 업무를 계속 하다보니, 공적 대화와 사적 대화가 분명하게 구분되게 되었다. 사적으로는 사근사근 조잘조잘 하다가도, 업무 얘기 나오면 건조하게, 차갑게 말한다. 심지어 같은 사람에게도 대화 목적에 따라 말투가 달라진다.
제일 어려운 샘들이 아래와 같이 말하는 샘들:
"나 왜 이 교실/시간표에 배당했어? 샘 나 싫어해??"
저기요, 내가 교실 배당할 때 사람 보고 안한다구요. 업무 기준과 원칙에 따라 배치한다구요.
제발, 공과 사를 섞지 말아주세요.
라고 생각하다보니(차마 직접 말은 못함.ㅜㅠ저 보기보다 여려요ㅜㅠ), 공적으로는 점점 더 차갑게 말하게 된다.
음...그럼 불친절하다는 평가는, 내 전략이 성공한 건가?^^;;

덧> 요즘 성대결절도 다시 심해지고 감정소모도 크다보니, 내 친절함의 총량 중 90%는 학생들에게만 모두 쏟아붇는다. 그래서 더 불친절해졌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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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하고
사람을 바꾸려면
설득을 해야 한다.

조곤조근, 차근차근
화, 열 내지 말고
침착하게
설득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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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교사 대상 연수에서, 결국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학교 옮겨서 가면, 그 학교의 문제점이 많이 보여요.
근데 그거 고치려고 노력해도, 정작 고치는 데는 5년쯤 걸리더라구요. 좋아질 때쯤엔 나는 다른 학교로 떠나요.
그래서,
가만히 있을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5년 후에도 똑같을 텐데?
내가 떠나도, 아이들은 들어오잖아요. 아이들을 위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씩이라도 고치도록 노력해야죠."

솔직히, 문제를 고치려는 일은 힘들다. 나도 지금 갈등 중이다. 회피할지, 직면할지.
근데 교사 대상 연수에서 저렇게 질러버렸으니😂
이제는 쪽팔리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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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송승훈샘 페북글을 보면서  (0) 2021.11.20
:

설득이나 토론 시 유의점
목소리 낮추고
감정 절제하고, 차분하게
근거 가지고 조목조목 논증하자.

수업은 해도, 내가 하기는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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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0) 2021.11.05
:

심하게 앓고 나니,
더욱 다짐하게 된다.

이기적으로 살자.
내 건강이 제일 우선이다.
그리고 가족, 우리반+수업하는 아이들
업무는 가장 뒷순위.

조직에 헌신할 필요는 없다.
조직에 기여하는 건, 시간 여유 있을 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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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니와의 질의응답  (0) 2021.10.25
:

1. 나는 국어교과의 특정 분야로 대학원 등 가는 건 안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하다보면, 국어과의 모든 분야는 융합되고 통섭된다. 문학독서토론이 내 주특기인 것만 봐도^^;

2.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은 이제 유효하지 않은 듯. 현장에 기반한 넓은 시야가 중요하다.

3. 근데 내가 무학, 서울에서 여자애들만 가르치다보니...국어수업이 더 잘돼서 그런지도^^;; 다음 학교는 공학 가자.




페북 글 링크



<송승훈샘 글>
중세국어 문법을 더는 수능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 올해 수능 감독을 하면서 이 점이 국어교사인 나에게는 감동스러웠다. 2014년에 수능 언어 영역이 국어로 명칭이 바뀌면서 퇴행한 부분이 2021년 11월에 와서야 바로잡혔다. 올해는 2015 교육과정이 수능에 처음 적용된 해다.

지난 몇 년 동안 중세 높임법, 중세 문법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의 눈빛이 급속도로 흐리멍텅해졌다. 아마 대부분 학교의 교실에서 비슷했으리라. 이걸 배워서 학생이 자기 인생에서 어디다 써먹을까 교사부터 의심이 한가득한데, 그게 수능에 나온다는 이유로 가르쳐야 했으니, 답답했다. 어떤 때는 모욕당하는 느낌까지 있었다.

1994년에 수능이 처음 생기고 2013년까지 20년 동안 국어 문법 지식은 수능에 나오지 않았다. 학문을 하는 데 필요한 말과 글을 다루는 능력을 본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굉장히 보수적인 인사인 ㅁ이 국어 교육과정 개정의 책임자가 되면서 (내 관점에서는) 2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놓았다. (참고로, 나는 ㅁ이 학회에서 김구의 '나의 소원'이 편파적이라며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적이 있다. 또 무슨 국가시험 출제에서 만난 그는 신영복 선생의 글을 시험 제시문으로 가져온 나를 보고, 보수인사들이 사납게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극구 반대해서 결국 시험에 내지 못했다.) 그때 국어교육 연구자를 여럿이 나와 만날 때 말도 안 된다고 울분을 토해놓던 기억이 선하다. 그게 어느덧 팔구 년 전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어교육이 퇴행하고 몇 년이 지나서 국제학력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이 국어 점수의 순위가 많이 낮아졌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도 더 벌어져서 지표가 나빠졌다. 상위권 학생들이야 어떻든 수업을 따라오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중세 문법 같은 걸 가르치니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그 뒤에 2015 국어과 교육과정 작업을 할 때, 과도한 문법 지식 교육에 대해 대다수 연구진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바로잡으려고 교육과정 작업에서 신경 쓰고, 무엇보다 수능에서 문법이 선택과목이 되게 하려고 애쓴 사람들이 있어서, 7년만에 수능 국어가 나아질 수 있었다.

2021년에 고3이 본 2022 수능에서는 <독서>와 <문학>이 공통과목이다. 그리고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문법은 <언어와 매체>에 들어가 있어서, 이제 문법 지식은 그것을 원하는 학생만 시험을 보게 됐다.

국어교육 전공자가 아닌 분들에게는 이게 무슨 이야기야 싶겠다. 하지만 국어교육계 안에 있는 나에게는 그저께 받아든 시험지가 감동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누군가에게 욕을 강렬하게 듣더라도 학생의 인생을 더 먼저 생각한 이들의 용기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
<내 답글>
안녕하세요 선생님^^댓글 처음 다는 것 같은데 질문부터 드려서 송구합니다ㅜㅠ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과도한 국어지식 교육이 아이들의 국어에 대한 흥미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질문 조금만 드려도 될까요?
1. 올해 1학년 국어에서 훈민정음으로 중세문법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중세국어를 잘 알아야 현대국어도 잘 알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ㅎ종성체언의 변천을 알면 '수개'가 아니라 왜 '수캐'인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중세문법이 필요하지는 않을까요?(수능에 나와야한다는 것과 별개로요.)
2. 저는 언매가 선택과목이 된 것을 반대했었습니다. 이유는, 문법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문학과 독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글의 구조는 물론이고, 문학의 수사법도 대부분 문법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저의 좁은 소견을 넓혀주시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
홍수봉 선생님 자세히 생각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물어보신 부분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수개'가 왜 '수캐'인지를 아는 것이 저는 고등학교 수준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쓰는 글을 보면 문장과 문장의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능력이 학생의 인생에 필수로 필요하다고 보고, 거기에 교육을 집중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수개와 수캐가 왜 다른지는 교육의 우선 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2. 글을 더 잘 읽고 쓰는 데 필요한 문법 교육에 찬성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 국어와 올해 수능 <언어와 매체>에 나온 문법 문제를 보면, 독서와 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닙니다. 중세 문법, 문장성분이 몇 개인지를 세는 문제를 보면서, 저는 문법 교육은 아직 근대화가 안 되었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교사가 된 20년 전에는 문학 교육과 독서 교육도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독서를 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독서 교과서가 아니라, 독해 이론을 지식으로 가르치는 독서 교육이었습니다. 문학 교과서에도 온갖 문학 이론이 나와서 그 개념을 외우는 교육이었고, 실제 문학을 감상하고 향유하면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독서 교육과 문학 교육이 외부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변화에 성공했는데, 문법 교육은 아직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점이 안타깝습니다. 언어학, 국어학, 문법 안에 좋은 내용이 얼마나 많은데 중세 문법과 문장 성분과 파생어 관련된 문제가 아직도 나오는가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독서와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문법 교육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문법 교육이 달라진다면, 문법 교육에 대한 저의 태도도 응원하는 쪽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선생님 정중하게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질문해주시면, 어떤 내용이든 제 생각을 가리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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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간 있었던 일로 상담샘과 얘기했는데,
내가 상담받았다ㅋㄷ
아무리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아도,

"그 사람은 그 사람답게 한 거야."

그 사람의 맥락을 그저 인정하기.
마음이 한결 평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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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살 딸의 질문: (종이에 색연필을 칠하며 테이프로 붙이기를 하다가) "왜 테이프에는 색연필이 안 칠해져요?"
나: (당황) 음..어... 그건, 종이를 만져봐. 까실까실하지? 그래서 색연필이 묻어. 근데 테이프 만져봐. 매끌매끌하지? 미끄럼틀처럼. 그래서 색연필도 안 묻는 거야.
--- 라고 즉석에서 답을 했는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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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에 너무 약하고
사람에게 너무 신경을 쓴다.

부장 하려면,
사람에게 흔들리거나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하는데
내 성격엔 무리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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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들에게 참 감사한 날이었다.
아침에 평소처럼 조회를 하러 교실로 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정인이가 서 있었다. "왜 서 있냐?" "저...친구 기다린다고요." "응 들어가자. 조회한다." 그리고 정인이는 교실로 달려갔다.
교실 문을 여는데...
갑자기 불이 확 켜지며 "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혜민이가 케익 들고 있고, 애들이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너무 놀랐다. 오늘이 생일도 아니었다. 애들도 알고 있었다. 근데 다음주 온라인기간에 생일이라고, 애들이 미리 당겨서 축하를 해 준 것이다. 기쁘고, 말도 안나왔다.
그리고 케익...! 나를 그린 그림과, 나에게 주는 말이 새겨진 케익!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었다. 얼마나 준비했을까. 롤링페이퍼까지. 아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행복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던 순수한 기쁨과 감사를 아이들에게 표현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우리 1학년 5반^^♥
조회시간에 파티하고, 수업시간에 들어가니 전학년에 소문이 났는지 아이들이 다들 축하해주고...
심지어 교무부, 1교무실, 그 큰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까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셨다^^;;; 부끄러워 죽을 뻔.ㅋ
그렇게 하루 종일 축하를 받으며,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살았다. 물론 평소처럼 수업하고, 동아리하고, 상담도 네 명이나 하고, 기안도 하고, 그 외 기타 등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지만... 마음이 두둥실 뜬 느낌이었다.
모두들 퇴근하고 나서야 차분히 정리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얘기했듯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좋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깜짝 파티를 선물받고 나서도 아이들에게 2학기에 더 행복한 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은 꼭 지키려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께도 참 감사하다. 비록 업무적으로 많이 힘들고, 가끔 짜증도 화도 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동료 샘들이 있어서, 학교에서 살아나간다.
오늘도 사람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날이었다.(수미상관. 반복과 변주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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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를 하다보면, 자꾸 이상적 대안이 떠오른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옳겠다 하는 생각들.
생각은 매력적이다. 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잊지 말자.
생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문화를 바꾸고, 물질적 조건을 변혁해야 한다는 것을.
묘석 아래 잠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하늘 속에서 공상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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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2017년 1월 14일 오전 8시 37분.
그날의 긴장, 초조, 환희, 안도...

그리고 우리 아이가 태어나던 옆 방.

내가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화로 양가 부모님들께 전하고 있는데, 누가 와서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목소리 조금만 낮춰 주세요."

무슨 일인가 한 그때,
옆 방에서 터져나온 통곡. 비명. 절규.
무슨 이유인지, 그 방에선 아기를 잃었다.

산모의 울음소리.
그리고, 밖에서 크게 울지도 못하고 흐느끼던, 아버지.

벌써 오래전 일인데도,
두 방의 희비와 명암이 너무 뚜렷이 대비된다.
생명, 목숨은 주님의 것.
그래서 주어진 선물이고, 행운이며, 축복이다.

살아있는 이 순간에 감사할 일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할 일이다.
행복을 연기하면 안된다.
하고싶은 건 최대한 빨리, 해야한다.

미래는 약속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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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쓰는 글이 수필이나 일기, 푸념이 아니라면,
연구보고서라면,
글에서 감정과 주관을 최대한 덜어내고,
논리와 합리로 논증하자.

내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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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은 안하는 게 좋다.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내 수업, 내 담임만 차근차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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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침착함을 두 번 잃었다.

아침엔 긴급위기상황을 맞이하여 멘탈이 흔들렸다. 조급하고 들뜨다보니 평소 안하던 실수를 했다. 후회와 반성을 하며, 침착해지자는 다짐을 했다.
오후엔...말도 안되는 일처리(교육과정;)에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큰교무실 한가운데서. 그러나 후회는 들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납득하시는 화.

결론>>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침착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다고 감정적인 내가 싫지는 않다.
이 모든 나, 흔들리는 나도, 오롯이 나니까.

(사족: 그래서 국어교과서에 실린 정약용의 <수오재기>가 좀 그렇다. 외부 유혹에 '나'를 잃지 말고 본질적 자아를 지키라는 건데, '흔들리는 나', '잃어버린 나'도 모두 '나' 아닌가? 자기 자신을 분절하거나 규정짓지 말고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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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47번_제보
5월30일 11시가 되어가는 밤 낙성대 역을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길. 우산이 없었던 나는 그냥 정류장을 향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우산 씌워드릴까요?"
빗속에서 다들 걸음을 재촉하기 바쁜데 따뜻한 배려였고 특히나 나에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떠오르는 기억들에 아득해져 오늘 우산 한켠을 내어준 그분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했다.

비오는 밤
나는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밤에 대한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밤과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기억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교복을 입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밤 비가 쏟아졌고 우산이 없던 나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거리를 걸었다.
축축한 옷, 이미 물이 새어 들어간 핸드폰과 가방, 얼굴에 붙어오는 젖은 머리카락, 축축함을 비집고 들어오는 서늘한 추위. 그리고 데리러 오는 사람도 함께 갈 사람도 없었던 외로움.
쏟아지는 비와 추위보다 한 발자국 걸을때마다 밀려오는 외로움이 더 싫었다. 외로움을 외면하고싶어 뛰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꿋꿋이 걸었다.
그렇게 나는 누가 퍼붓는것 마냥 쏟아지는 비에 내가 비인지, 비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젖어들었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비에 축축히 젖은 나를 하나 둘씩 스쳐가고 인적 드문 길로 들어서던 때였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이 조금 편해지려는 찰나 빗소리 틈새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산 씌워줄까?'
우산은 이미 내 머리위를 가리고 있었지만 그 애는 그렇게 물었다. 참 다정한 목소리로.

처음보는 사람이 말을걸어 당황했고, 놀랐고, 교복을 입고서 비 한방울 맞지 않은 그 애의 모습에 괜한 반발심이 들었던 나는 '벌써 다 젖었는데' 라는 퉁명스러운 한마디만 내뱉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앞으로 걸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머리 위의 우산.
처음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퉁명스러움에도 그 애는 친절을 베풀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며 나를 따라오는 내 머리위의 우산에 나는 멈춰섰다.
비를 피했기 때문인지, 그 애 곁의 온기 때문인지 문득 따뜻함이 느껴졌기에.
퉁명스러움을 거두고 말했다.
'나 완전 젖어서 같이 쓰면 너도 젖어 진짜 괜찮아'
그러자 그 애는 잠시 멈춰있더니 '그러네' 하며 우산을 확 내 손에 건네버리곤 뛰기 시작했다.

지금 자기도 젖겠다는건가 그 애가 뛰는걸 보다 나도 우산 가져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 애를 향해 뛰었다.
우산을 들고 빗속을 뛰는데 비는 다 들어오고 우산이 있어도 비에 젖는건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아까와 똑같이 빗속에서 젖어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그애는 뛰는 나를 보더니 멈춰섰고 둘 다 비에 젖은채로 꾸역꾸역 우산 하나를 나눠쓴채 그 애는 처음보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렇게 친구가 됐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우린 함께였다. 가끔 비가 쏟아지면 우린 우산 없이 뛰며 정신 없이 웃었고 처음 만난 그 날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흰 교복 셔츠 위로 참 희었던 그 애의 얼굴을, 나와 만나면 멀리서부터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다가오던 그 웃음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학생이 되어도, 나이를 더 먹고 직장인이 되어 정장을 입고도 비가 오면 이렇게 나랑 뛸거라는 너의 말을 웃어넘기지 말걸. 꼭 그러자고 대답해줄걸.
나에게 교복을 입은 너의 모습이 마지막 기억으로 남게 될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난 너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데.

비가 내리는 날 다가와 비가 내리는 날 떠난 너.
내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 비가 내리면 우산이 되어주고 바람이 불면 벽이 되어주던 너.
외로웠던 나에게 손을 뻗어주고 니가 없어도 외롭지 않게 살도록 해준 너.

비가 쏟아지는 밤 우산이 없어도 난 망설임 없이 빗속을 걸어.
'우산 씌워줄까?' 하는 다정했던 너의 목소리가 다시 나에게 들려올까봐.
니가 다시 돌아올까봐. 널 만날 수 있을까봐.
너와의 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비가 오면 짙어지는 너의 기억에 다시 젖어보고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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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트 니버의 기도문  (0) 2021.04.10
:

나는 안내서를 과목에 대한 충실한 설명과 매력적인 설득의 자료로 삼고 싶다. - 나의 기대

어떤 교과나 교사들은 안내서를 중시하지 않거나, 나의 기대만큼 못 쓸 수도 있다.- 현실

안내서만이 아니라, 융합수업 등
학교에서 무언가를 '제안하고 함께해야' 할 때는 언제나 나의 기대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화와 듣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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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0)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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