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2002년 6월 7일 금요일, 22시 34분 지음

서초동 향나무

                                                       水鳳異

   

서초동
아침 10시. 도시의 소음이 응고되어 뿌옅게 가라앉은 도로.
서울의 혈관은 딱딱한 아스팔트 덩어리다.

향나무
문득 늘어선 가로수 사이에
낮게 웅크리고 있는 비석
누군가의 앞에서 무겁게 변명하고 있다.

약 860여년 된 이 나무는
나무는 시간 속에 홀로 서 있다.
오랜 세월 허옇게 센 껍질
까칠한 표면 속에 비밀스런 물관은
오늘 아침 첫 이슬을 머금고 있다.

높이 15.5m로 서울 시내에서
하지만 나무는 홀로만 우뚝하지 않는다.
곁에 있는 수십 년 된 어린 나무와
수백 년을 짊어진 이 나무는
같은 키다. 너는 속으로 나이테를
단단히 새겨 갈 뿐이다.

가장 크고 오래된 향나무로
허나 나무의 겸양의 香은
‘가장’이라는 수식어 하나로 가장되고
인간들의 퇴화되어 버린 후각은
어설픈 시각으로 마모된 표지판 글자만을 볼 수 있을 뿐

서울시 지정 보호수임
수백 년을 홀로 이겨내 온 네 생명력은
한순간에 보호 대상이 된다.
전시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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