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노동은 인질로 잡혀갔다
납치범들은 총칼로 인질을 위협하며 / 흥정을 하는데 써먹었다
그러다가 납치범들은 더 큰 마피아 / 소굴의 나라에 통째 납치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 두 번씩 빼앗겼다
노동법도 빼앗겼다 / 노동삼권도 빼앗겼다
깃발도 빼앗겼다 / 함성도 빼앗겼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종이 되었다 / 그래서 납치범들은 주인을 자처했다  

거리마다 여전히 4월의 피는 흐르고 / 거리마다 여전히 5월의 흰 뼈들은 굴렀다
6월의 거리를 소나기로 퍼부으며 / 우리는 납치범들을 몰아내고자 했다
우리는 빼앗긴 것을 돌려받기 위해 싸웠다

경찰은 데모를 하였다
납치범들의 졸개인 경찰은 무장을 하고 / 주인 앞에 몰려와서 데모를 하였다
최루탄을 쏘고 군화발로 짓이기며 / 과격시위를 하였다
쇠몽둥이를 들고 곤봉을 휘두르며 / 극렬시위를 하였다
공장 앞에 몰려와 / 극렬하게 데모를 하였다

노동자들은 진압에 나섰다
저들의 살상 무기를 막자고 / 지게차가 나섰다 포크레인이 나섰다
깃발을 들고 함성으로 나섰다 / 주인인 노동자들은 피흘리며 진압에 나섰다



만국의 노동자여


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
우리는 밥에 따라 나뉘었다
그 밥에 따라 양심이 나뉘고
윤리가 나뉘고 도덕이 나뉘고
또 민족이 서로 나뉘고

그래서 밥이 의식을 만든다는 것은
뇌의 생체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인류적이고
그래서 밥은 계급적이고  

밥의 나뉨은 또 식품문화적 구별도
영양학적 구별도 아니고
보편의 언어요 이념이요 과학이요 인식이다  

노동자의 가슴에
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
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남과 영남은
밥에 따라 다시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도
종교가 아니라 국가가 아니라
밥에 따라 다시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동서의 분단 남북의 갈라섬도
밥에 따라 다시 분단시켜야 한다

피땀 어린 고귀한 생산자의 밥의 나라냐
착취와 폭력의 수탈자의 밥의 나라냐

그대들의 무슨 밥을 먹는가
게으른 역사의 바퀴를 서둘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지상의 모든 노동자들이여
형제들이여!


풀씨 하나

이렇게 작은 풀씨 하나가
내 손에 들려 있다
이 쬐그만 풀씨는 어디서 왔나

무성하던 잎을 비우고
환하던 꽃을 비우고
마침내 자신의 몸 하나
마저 비워버리고
이것은 씨앗이 아니라
작은 구멍이다

이 텅빈 구멍 하나에서
어느날 빅뱅이 시작된다
150억년 전과 꼭같이
꽃은 스스로 비운 곳에서 핀다

이렇게 작은 구멍을 들여다 본다
하늘이 비치고
수만리 굽이진 강물소리 들리고
내 손에 내가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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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봉★샘과 닿고싶다면... by 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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