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추프라카치아라는 식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유추프라카치아는 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사람이 실수라도 건드리면 견디지 못하고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에는 죽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추프라카치아를 너무나도 예민하기만 한 "결벽증의 식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떤 식물학자가 이 가엾고 여린 식물을 연구하다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우연히 스쳐지나 가는 사람에게 만져지면 이 식물은 천천히 죽어가지만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잘 살아간다는 것이다.
단 한번의 무관심한 손길이 닿으면 외로워 견디지 못하지만
사랑을 보내주면
그 사랑을 먹고 사는 식물.

식물조차 관심 받고 싶어하고 사랑 받지 못하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이는 사랑 받고 싶어하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계바늘이 점점 빨리 돌아가고,
웃음을 잃어가는 요즘 사회는 점점 그러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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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혔을 때의 일이다. 그는 처음에 수용소의 많은 수감자들 중에서 체력이 남달리 뛰어난 사람들이나 살아가는 요령을 민첩하게 터득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다른 사람들은 다 쓰러져도 저 사람들은 끝까지 살아남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겉보기에는 허약하고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붉은 저녁노을의 장엄함, 동료의 흥얼거리는 노래, 수용소 입구에 핀 들꽃 같은 작은 것들에 감동하는 사람. 극심한 굶주림 속에서도 병든 동료에게 자신의 빵을 기꺼이 나누어주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았던 것이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훗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최후의 생존자들을 가리켜 '최후의 자유를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최후의 자유란 인간이 외부의 환경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즉 나치가 유태인 수감자들의 육신은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었지만,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정신까지는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로고 테라피(Logo Therapy), 즉 의미요법이라는 정신치료 이론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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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한(漢)나라 개국공신인 장량의 일화이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그에게 어떤 노인이 다가오더니 한 쪽 신발을 벗어 다리 아래로 던졌다. 그러고는 턱으로 신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꼬마, 저거 주워 와!" 장량은 낯선 노인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신발을 주워왔다. 그러자 노인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신겨 줘야지!!"하며 발을 내밀었다. 장량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공손히 노인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닷새 후에 여기 다시 나와!"라고 말했다. 장량이 "무슨 일이시기에…?"라고 물으려 하자, 노인은 "나오라면 나오지 뭔 말이 많아!!"라고 호통을 치고는 자리를 휭하니 떠났다.

닷새 후 장량이 다리로 갔더니 노인이 먼저 나와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장량을 보자마자 "어른과 한 약속에 늦어?"하고 화를 내더니 또다시 닷새 후에 보자며 사라졌다. 장량은 다음 약속날이 다가오자 전날 다리에 나가 밤을 새우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노인을 기다렸다. 새벽녘에 약속 장소에 나온 노인은 먼저 나와 있던 장량에게 '인내를 아는 쓸만한 인재'라고 칭찬하며 강태공이 주나라를 멸망시킨 비법을 기록한 「태공병법」을 건네주었다. 장량은 이 병서를 이용하여 초나라를 물리침으로써 그 이름을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천년 뒤, 송나라의 문장가 소동파는 자신의 저서인 「유후론」에서 장량의 인내심을 높이 평가하며 "군자는 남이 참지 못하는 것을 참고, 남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을 용서한다. 남이 견디지 못하는 것을 견뎌야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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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문진영(고양예고 3학년)
_ 내가 약간 수정함.


  독수리가 되고 싶다, 라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한번도 뭐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또래 아이들이 한번쯤 막연히 꿈꿔보는 연예인이라는 것도 말이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커서 뭘 하고 싶니, 라고 물으면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엄마'라고 대답했다. 그땐 모두들 웃고 넘겨버렸다. 물론 나종차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고2 겨울방학을 흘려보개고 있는 지금, 남들보다 뛰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너무도 엉뚱하게 독수리가 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을 많이 배웠지만, 두 달을 넘긴 적이 없었다.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도레미파솔을 치는 게 가장 쉽고 재밌듯 내가 배웠던 태권도나 기타도 그랬다. 기본 동작을 배우며 설레거나 아주 쉬운 것을 해냈을 때의 뿌듯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점점 어려워지는 동작이나 멜로디에서 헤매다가 결국엔 학원을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작하는 것이 너무 쉬웠던 것만큼 포기하기도 쉬웠다. 그리고 장래 희망이 없다는 게 부끄러운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학년은 올라갔고, 오히려 고학년이 된다는 것에 더 끌렸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최선을 다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외워야 할 동작이 맣아지고 오선지에 띄엄띄엄 걸려있던 음표들이 빽빽해지면, 몇 번 해보지도 않고 덮어버렸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답답하고 손가락이 아프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해보겠다, 라는 의지가 없었고 모든 걸 금방 질려하는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었던 것 같다.
  독수리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실제로 독수리를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본 게 전부였다. 절벽 끝 바위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빠졌다. 그러다 산 중턱에 사슴 몇 마리가 지나가면 빠르게 한 마리를 낚아채 산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렇게 죽은 사슴을 다시 잡아 절벽에 있는 둥지로 돌아간다. 프로그램의 해설자는 독수리의 사냥법이 아주 기막히다고 말했다. 땅에서 다른 동물들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무서워하지만 어떻게 보면 동물의 왕은 독수리일 수도 있다고 했다. 자기 몸통의 두 배만한 날개를 펄럭이며 새들 중에 가장 높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나는, 부러웠다. 공부는 물론 어느 것 하나도 잘하는 게 없다고 좌절하던 나에게, 태어날 때부터 사냥에 유리한 발톱과 부리, 그리고 크고 힘센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부러울 수밖에.
  나는 그렇게 막연히 독수리를 부러워했다.
  어느날, 케이블 채널에서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생포하는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다. …<중략>…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사납고 그만큼 힘이 세죠. 하지만 이렇게 강한 독수리가 되기까지 독수리는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독수리의 강한 모습만 기억할 뿐 그 뒷면은 알지 못하죠.
  독수리는 나이가 들면 부리와 발톱이 구부러져 더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때에 이르면 독수리는 바위에 부리를 찧어 부스러뜨리고, 새로운 부리가 돋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약 150일 정도가 지나고 부리가 새로 돋으면 독수리는 자신의 깃털과 발톱을 뽑아 버리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지요.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독수리는 강해질 수 ……."
  내레이션이 아주 점잖은 모솟리로 내 귀에 들어왔다. 독수리가 큰 눈을 껌벅이며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독수리의 눈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깊어 보였다.
  독수리가 되고 싶다. 그 어떤 것에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는 나에게, 조금만 힘들어지고 버겁게 느껴지면 금방 포기해 버리는 나에게 독수리는 아주 좋은 본보기이다. 독수리는 자신의 발톱과 부리가 구부러져 굶어 죽게 되어도, 부리를 바위에 찧으면서까지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런 반면 나는 항상 힘들고 부담스럽다고 툴툴거리기만 했다. 그러면서 다른 새들보다 더 높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만 했다.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찧으며 느끼는 고통이나 인내를 겪어본 적도 없고, 더 높이 날기 위해 몇 번을 뒤뚱거려 보지도 않았으면서…….
  독수리처럼 살고 싶다. 툭, 하고 내게 던져진 것만 받아먹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대가를 얻고 싶다. 독수리가 날기 위해 뒤뚱거리는 것처럼, 어려운 걸 틀려보기도 하고, 몸에 익숙치 않아 넘어져 보면서 배워 나가고 싶다. 한번에 높이 오르는 걸 바라기보다는 천천히 날개짓을 하며 좀더 높은 곳을 날고 있는 나를, 꿈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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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겸손은 기본이고,
       그 눈망울 속에 배움의 열정이 있는 친구들이
       결국에는 성공하는 것을 나는, 수없이 보아 왔다."


62> 범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74> 스타의 결혼

170> 유년의 방에서 내다 본 풍경

184>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지다

190> 햄릿의 추락

195> 명동의 골목을 비추던 은성

207>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경험~"

211>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

218> 최불암과 최영한

240> 사례와 개런티
:
모두들 잠든 새벽 세 시 나는 옥상에 올라갔죠
하얀색 십자가 붉은빛 십자가
우리 학교가 보여요
조용한 교정이 어두운 교실이
엄마 미안해요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요
아무런 잘못도 나는 하지 않았어요
왜 나를 미워하나요
난 매일 밤 무서운 꿈에 울어요
왜 나를 미워했나요
꿈에서도 난 달아날 수 없어요

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이제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이제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이제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모두들 잠든 새벽 세시 나는 옥상에 올라갔죠
하얀색 십자가 붉은빛 십자가
우리 학교가 보여요
내일 아침이면 아무도 다시는 나를.. 나를...


:
캐 옛날에 봤던...
드라마 <폴리스>라고 있다.
주연보다는 조연, 독고영재와 이승연이 계속 기억난다.
"그래, 이형사 말이 옳았으. 사랑은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
뭐 이런 대사 하다가 독고영재가 권총으로 자살.


                                                                                                     
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꺽이지 않아
전과 넌 다름없이 내안에 있을테니

힘겨워 돌아보면 늘 거기 있는 너
금세 터질듯한 폭탄같은 내 눈빛을 걱정하며
그런 널 지키지 못한 무력한 나에게
조그만 원망조차 왜 넌 하지 못하니

* 어차피 고독은 내가 선택한거야
그건 니가 없는 외로움과 조금은 다른 싸움
내 속에 있는 나와에 어려운 승부지 적어도
내 자신은 이기고 싶어

이 끝이 절망이라도 다신 못 올 곳이라도
나를 잡아끄는 이 길에 모든 걸 걸었어
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꺾이지 않아
전과 넌 다름없이 내 안에 있을테니*
:
영화 <동감>의 OST...
다시 보고픈 영화다>_<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있는 사람인가봐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너를 위해 떠날꺼야 -


:
                    _ 노래 : 양파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쉬듯 물어볼까요
난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 일로

저기 홀로 선 별 하나
나의 외로움을 아는 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우-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나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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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쳐야미친다
저자 : 정민 | 출판사 : 푸른역사(도)
2004.04.03 | 333p


1부 벽에 들린 사람들
미쳐야 미친다 - 벽에 들린 사람들
굶어죽은 천재를 아시오?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
독서광 이야기 - 김득신의 독수기와 고음벽
지리산의 물고기 - 책에 미친 바보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 - 박제가와 서문장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 - 노긍의 슬픈 상상

2부 맛난 만남
이런 집을 그려주게 - 허균과 화가 이정
산자고새의 노래 - 허균과 기생 계랑의 우정
어떤 사제간 -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
삶을 바꾼 만남 - 정약용과 강진시절 제자 황상
실내악이 있는 풍경 - 홍대용과 그의 벗들
돈 좀 꿔주게 - 박지원의 짧은 편지
노을치마에 써준 글 - 가족을 그린 정약용의 편지

3부 일상 속의 깨달음
연기 속의 깨달음 - 이옥과 박지원의 소품산문
그림자놀이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천하의 지극한 문장 -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세검정 구경하는 법 - 정약용의 유기 세 편
:

오늘 공씨네 통해 들은 영화...
좋을 것 같다^^
나가서 다운받아 보자아~

헤어스프레이


개봉 2007년 12월 06일
감독 아담 쉥크만
출연 니키 브론스키 , 존 트라볼타 , 미셸 파이퍼 , 크리스토퍼 월켄 , 아만다 바인즈 , 퀸 라티파 , 제임스 마스덴 , 브리타니 스노우 , 잭 엘프론 , 엘리아 켈리
상영시간 115분
관람등급
장르 뮤지컬 ,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제작년도 2007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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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29 09:03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꿈이
김주하 아나운서같은 아나운서라고 한다.


그 아이의 얘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함께 얘기하고 상상하고 준비해보며,
나도 김주하 아나운서를 알고 싶었다.


이런 게 바로 교학상장(敎學相長), 줄탁동시(啐啄同時)?^^ㅋ


위의 글은 이 책 읽기 전에 미니홈피에 올린 글.


이 책을 읽고, 자전적 에세이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자신의 성장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


141~>
꿈, 직업을 결정하는 데 그리 거창한 동기가 필요한 건 아니다.
우연, 사소함, 방황, 순간의 선택, 51%의 기욺, 실수, 사고, ......
이런 것들이
인생을 만들어 간다.



 
안녕하세요김주하입니다
저자 : 김주하       |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주)구 랜덤하우스중
2007.07.02 | 296p
:
57> "...가장 불쌍한 사람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어떤 사람도 진짜 불쌍하지는 않아. 단지 불쌍하게 보일 뿐이지."

122> "네가 앞으로 살아가다 어떤 악당과 싸우게 되면 말이다, 넌 그 악당보다 훨씬 더 교활해져야 해. 그러려면 너는 그 악당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해. 알겠니?"

137> ...그래서 우리 시대의 낭만이란, '대단히 미안한 짓거리'이기 일쑤인 것이다.


196> "괜찮아. 그땐 내가 먼저 잘못했는걸 뭐."
우림이는 아픈 동안 너그러움을 배운 듯싶었다. 너그러움이야말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사실 또한. 그리하여 그 아이는 가장 듣고 싶어했던 말을 마침내 내 스스로 실토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너그러울 여유조차 빼앗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우연히 TV에서 본 짧은 애니...
(아마 '상상초월 마이애니 http://ytndmb.com/mytn/program_list.php?s_mcd=36 에서 본 듯)
근데 되게 좋았다.

찾을 수 있을까?


■ 애니파워 인터뷰 <'요롱이' 김장희>

< 요롱이 >

김장희 / 2D / 코믹 / 경기대학교

긴 허리 때문에 매사에 소심하고 따돌림을 당하던 요롱이. 어느 날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리고, 오직 요롱이만이 해 낼 수 있는 종목이 등장하는데...

"외모만이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며, 마음먹기에 따라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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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밀리어네어(Q & A)  
저자 : 비카스스와루프 | 출판사 : 문학동네.
2009.02.15 | 455p
:

- 아티스트 : Various Artists
- 앨범명 : Christmas Story II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When I'm down and all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while with me.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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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타로 대박 난 배우! 고사해 쪽박 찬 배우!

2009. 09.10(목) 16:00 확대축소
[티브이데일리=송승은 기자] 영화 '내사랑 내 곁에'로 돌아온 김명민의 캐스팅 과정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자 다시한 번 대타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예정인 '내사랑 내 곁에'는 당초 톱스타 권상우를 염두 했지만 캐스팅이 불발된 것. 루게릭병으로 병마와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며 시한부 삶을 사는 '백종우' 역은 끝내 김명민 차지가 됐다.


하지만 김명민은 대타 캐스팅과의 인연이 남다른 배우다. 수년간의 무명생활로 심신은 지쳐갔고 결국 이민을 결심하지만 하늘이 그의 노고에 마치 답례를 하듯 어둡던 인생은 하루아침에 희망으로 변했다.


그를 스타반열에 올려놓은 KBS1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2004~2005)이다. 캐스팅 당시 '이순신' 역에 송일국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MBC '하얀거탑'(2007)역시 마찬가지다. 천재의사 '장준혁' 역을 맡은 그는 방영 내내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 내공으로 드라마 폐인을 양산하며 또 다시 '김명민의 힘'을 입증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실력도 발휘해야 제 맛! 장준혁 배역의 1순위는 차승원, 김민준이었던 것. 김민준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의사 역을 맡아 출연을 고사했다.


대타 캐스팅은 김명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배역 하나에 대박과 쪽박을 오가는 배우들. 수많은 상황처럼 대타 연기자들의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맨땅에 해딩'은 현재 군 복무 중인 김래원이 출연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국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연기 첫 데뷔작으로 선정되며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올해 방영된 '꽃보다 남자'의 히어로 이민호는 장근석을 대신해 투입됐으며, 제대 후 송승헌의 복귀작인 '에덴의 동쪽' 역시 연기파 배우 박신양의 몫이었다.


'다모'로 스타가 된 이서진은 이정진을 대신해 캐스팅 돼 뭇 여성들의 여심을 자극했다. '해신'의 송일국은 군입대로 홍역을 치른 한재석 대타로 기용됐다.


월드스타 비가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풀하우스' 역시 미남배우 정우성과 이정재에게 먼저 캐스팅 제의를 했던 것.


이 외에도 여배우들 역시 희비가 엇갈린다. '대장금'으로 아시아 대륙을 흔들며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이영애는 송윤아가 거절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아픔은 여기서만 끝이 아니다. 높은 시청률로 새 역사를 쓴 '주몽' 역시 스스로가 거절해 그 배역은 한혜진에게로 돌아갔다.


송윤아에 이어 김희선 역시 자신이 거절한 작품은 큰 흥행 물론, 배우들도 인기와 명성을 단번에 얻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톱스타가 된 김아중의 역할은 김희선, 이나영, 고소영 등 당대 미녀들에게 대본이 먼저 들어갔던 것. 이로인해 그녀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이어 '가을동화', '올인, '겨울연가', '명랑소녀 성공기', '미안하다 사랑한다', '수호천사', '불새' 등 흥행한 작품 모두가 김희선이 출연을 고사한 작풍이라 눈길을 끈다.


연기와 발음 논란으로 네티즌의 입방아에 올랐던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로 그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 배역 역시 엄정화를 염두 해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윤은혜, 차인표, 신현준, 조승우 등 많은 연기자들이 작품 선택 하나로 인생행로가 뒤바뀌고 있어 여전히 대중들의 큰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다.


[송승은 기자 pres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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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5.5.4 지음


<빌리 엘리어트>는 과연 해피 엔딩인가?

 

까만

 

지난 월요일에, 애들이 하도 안와서 결국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예상한 대로, 아이들은 “남자가 무슨 발레?”라고 비웃고, 영화 속의 동성애적인 코드에 거부감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나는 더욱 영화를 보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을까?

 

1. 빌리를 둘러싼 것들, 그리고 빌리.

빌리 엘리어트는 주인공 빌리의 성장 영화이다. 그러면 빌리는 처음에 어떤 공간에서 어떤 아이로 살고 있었나?

영화는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빌리는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와 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은, 탄광의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즉 빌리는 전형적인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노동 계급’이라는 말 속에는 단지 가난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만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빌리의 집안은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다.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이러한 남성 노동자의 전형(全形)이다.

그러나 빌리는 아버지, 형과 어느 정도 다르다. 물론 빌리 역시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져 온’―남성성의 대물림이 너무 잘 드러나지 않는가?―복싱을 배우고 있지만, 빌리는 복싱에 만족하지 않는다. 빌리는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남긴 피아노를 친다. 빌리는 복싱을 할 때도 마치 춤을 추듯, 리듬과 스탭을 탄다(물론 그러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2. 발레의 이중적 의미

빌리가 발레를 만나면서, 빌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문화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복싱을 그만둔 것, 그리고 발레를 둘러싼 아버지․형과의 갈등은 빌리의 저항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것은 기존의 남성중심적 문화에 대한 저항이다. “남자가 어떻게 발레를!”이라고 분노하는 아버지에 대한 저항이자 탈출이다. 그리고 이 저항은 단지 빌리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빌리의 발레 교사인 윌킨슨 부인이 빌리에게 “너의 춤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물건들”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빌리는 어머니의 편지를 가져온다. 즉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것은 빌리의 집안에서 대대로 억압되어 왔던 여성적 문화가 드디어 스스로를 드러내고 저항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영화의 표면에 나타나 있는 발레의 의미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영화를 주의깊게 본다면, 발레가 영화에서 또다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혹시 기억나는지?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장면과, 빌리의 아버지와 형이 고함을 지르면서 파업하는 장면이 교차되는 씬을. 영화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빌리와,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빌리의 아버지․형을 대비시킨다.

발레는 여성적 관점에서는 해방이지만, 계급적 관점에서는 억압이 된다. 그것은 빌리가 발레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윌킨슨 선생의 계급적 성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발레 교사는 매우 부유한 집안이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쓸데없는 행동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빌리의 형이 발레를 반대할 때, 빌리의 형에게 “빌리를 당신같은 꼴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상류층 문화인 발레는 빌리가 기반하고 있는 노동자 문화와 충돌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문화적 충돌을 넘어서, ‘마음 편히 발레에 집중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이다. 윌킨슨 선생은 계속 빌리에게 “너는 집중하고 있지 않아.”라고 꾸짖는다. 어떻게 빌리가 집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와 형이 파업으로 힘들어하고, 형이 감옥에 잡혀 들어가는 상황에서.

 

3. 빌리에게 주어진 발레, 빌리에게서 나온 발레.

흥미있는 것은,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빌리가 자신의 분노와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이 다시 ‘춤’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 ‘춤’은 ‘발레’와 다르다. 빌리가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추는 춤은 왕립 발레학교에서 요구하는 고품격의 우아한 발레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춤이다. 그래서 빌리가 즉흥적으로 추는 춤은 기존 발레와 다른, 빌리 자신의 몸짓이 들어간 춤이 된다.

빌리가 자연스럽게 발출하는 춤. 이것은 앞에서 빌리에게 ‘주어진 발레’가 가지는 이중성을 극복할 단초가 된다. 빌리에게 춤은 단지 상류층의 유희가 아니라, 자신에게 강제되는 억압을 극복하고 그것을 해방적 힘으로 발현하는 원동력이다. 아마 빌리가 조금 더 의식 있는 발레 교사에게 배웠다면, 빌리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춤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윌킨슨 선생은 빌리의 노동계급적 속성을 긍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빌리를 왕립 발레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최소한 영화 속에서는, 빌리도 빌리의 가족도 그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윌킨슨 선생은 빌리의 자발적인 ‘춤’을 왕립 발레학교라는 기존의 상류층 발레로 포섭해 버린 것이다.

 

4. 영광, 그 이면의 패배

그리고 영화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내가 ‘파국’이라고 쓴 표현에 의아해할 것이다. 빌리는 왕립 발레학교에 합격했고, 영화 마지막에는 <백조의 호수>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는 감동적이고 영광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그런데 무슨 파국?

그렇다. 빌리는 분명 성공했다. 그러나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어떻게 되었나? 빌리의 아버지는 빌리를 위해 회사의 압력에 굴복해 버렸다. “우리 꼴을 봐라, 빌리마저 망칠 수는 없다.”고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들은 스스로를 부정한다. 그리고 빌리를 더 높은 계급으로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빌리에게는 기회를 줘야 해.” 이 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바로 한국의 무수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자식들을 키우면서 한 말이다. 너희들에게는 기회를 줄게, 우리가 희생해서라도 너희는 잘 살아야 해. 그러나 이 말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심지어 억압적인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라난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빌리가 왕립 발레학교를 가는 것이 그 탄광 마을 전체의 경사가 되는 장면. 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마치 시골 깡촌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학생 한 명 생겼을 때의, 온동네가 잔치를 하는 그런 분위기. “빌리가 해냈어!”라는 환호와 “노조가 졌어.”라는 탄식이 교차될 때, 우리는 노동자 계급의 완전한 패배를 본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문화 자본의 차이는 더욱 크게 드러난다. 생전 처음으로 런던에 가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아버진 탄광밖에 몰라요.”라고 말하는 빌리. “한 번 떨어져도 내년에 또 하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부자 아이들과, 그 아이에게 주먹을 날릴 수 밖에 없는 빌리. 그리고 그렇게 ‘폭력’을 휘두른 빌리에게 품위와 규율을 강조하고, “가정의 절대적인 지원”을 강조하는 왕립 발레학교 심사위원들. 그런 문화 충돌 속에서, 빌리와 그의 가족들은 결국 상류층 문화에 편입되는 것을 선택한다. 아니 갈구한다. 처음에는 단지 좋아하는 발레를 하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나중에는 왕립 발레학교라는 명문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된다. 개인적 꿈이 사회 체제 안으로 너무나도 쉽게 포섭된다.

 

5. <빌리 엘리어트>는 과연 해피 엔딩인가?

영화는 빌리의 화려한 데뷔에서 정지하며,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으로 암전(暗轉)한다. 그러나 영화를 10분만 더 이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 탄광에서 올라온 빌리 아버지․형과, 상류층의 우아한 주인공인 빌리의 어색한 만남? 짧은 만남 후에 빌리는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저택으로, 아버지와 형은 다시 탄광촌으로?

그것이 과연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결말일까?

 

어쩌면 감독은, 절망적 결말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싫어서 영화를 멈춘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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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1.6.24
반도문학회에서



                                    나의 문학



나는 ‘문학’을 한다. 책을 읽고, 시와 소설을 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너는 왜 문학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문학을 문학 자체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할 수도 있고, 또다른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할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후자에 속한다.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시를 지었을 때, 나는 단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어떻게 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지금도 그런 정도에서 멀리 발전하지는 못했다. 길을 가다가, 또는 지하철 안에서, 또는 공부하다가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나는 우선 그것들을 기억해두고, 그것을 효과적으로(여기서 효과적이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쓰느냐 이고, 좀 더 확장하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공감을 얻느냐 하는 등등.) 표현하기 위해 문학이라는 ‘도구’를 빌린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문학이 뭐냐?”라고 묻는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파스텔을 애용하는 것을 보고 누가 “파스텔이 뭐냐?”라고 묻는다고 해도 난 거기에 대답할 말이 없다. 아니, 여기에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 나는 파스텔로 그림을 그릴뿐이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학’과 ‘파스텔’은 다르다. 문학은 그 자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파스텔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내가 문학을 하는 한, 나는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내가 위에서 파스텔의 비유를 든 이유는, 너무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한마디로, 문학이란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다가 정작 문학활동을 못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문학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김현(1991)은 『한국문학의 위상』이라는 책에서 문학은 억압적인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 사회 곳곳에 억압적 구조가 있지만, 문학 자체만은 그 억압구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학은 어떤 억압구조도 되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억압구조들을 비추어 줄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써먹지 못하는 것을 써먹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나는 문학은 허구이기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 현실에서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아니면 말하기에 껄끄러운 것들을 작가는 문학을 통해 마음껏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만은 현실도 용인을 한다. ‘문학이니까...허구니까...’하는 생각으로 우리는 문학 속에서의 자유로운 일탈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문학을 택한 것일까?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왜 나는 문학을 택한 것일까?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간단한 문제이다. 내가 문학을 택한 이유는, 그것이 내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고전이나 ‘좋은 책’이라고 평해지는 그런 류의 것들은 아니었지만, 나는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런 책 하나하나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그래서 나는 아직도 고전〔古典〕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문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상상의 자유’뿐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문학은, 읽기도 쉽지만 쓰기도 쉽다. 여기서 ‘쓰기 쉽다’는 것은 좋은 문학작품을 쓰기가 쉽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창작하는 데에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지하철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문학 창작은 가능하다(요즘 내가 쓰는 시의 거의 대부분이 기숙사로 홀로 걸어가는 길에 착상된 것이라는 것은 이런 말을 그대로 증명해준다). 이런 것은 영화나 연극, 미술, 음악 등에 비추어볼때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학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말해도 아직 문학의 문(文)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문학(文學)을 문학(門壑:개울을 건너는 문.)적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나에게 아직 문학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어떤 것을 위한 수단적 의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그 목적이 어떤 것일지, 어떻게 변해갈지는 나 자신조차도 감을 잡지 못한다). 그래도 내 짧은 소견이나마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 본 것은 이제 방학 때 있을 몇몇 내 창작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아직은 읽어본 책도 부족한 내가 감히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게 어쩌면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느낀 것을 최대한 문학(文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문학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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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9.26. 지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국어교육과 홍수봉

  혹시나 비가 오지 않으려나 조마조마 했다. 눈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목 길게 빼서 골목길을 확인했다. 다행히 환한 햇빛을 받고 있다. 작년에 열린교실 기간 내내 비가 왔다갔다 해서 야외수업 한번 제대로 못한 게 서운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한다. 대학 강의에는 9시 수업에도 종종 지각하는 나이지만, 중학생들 앞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서야 하는 일주일만은 8시 등교도 시간 정확히 맞춰서 가야한다. 아이들은 절대로 지각하지 않는다.

입학식장이 좁은 실내라서 붐볐다. 학생들 자리 잡아 앉히랴, 모둠 선생님들 빨리 오라고 연락하랴, 게다가 입학식 사회자까지 맡은 나였기에 정신없이 식장을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잠시 후면 시작인데, 또 늦겠군.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누군가 나를 향해 “선생님!!”이라고 외쳤다.

아직 학생들 모둠 선택도 안했는데 누가 나를? 그렇게 돌아본 내 눈에, 큰 키에 까무잡잡한 한 아이가 보였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또 국어 모둠 들어가려고 왔어요!!!”

한민이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열린교실 교사가 되었을 때, 딱 세 명의 아이들이 국어 모둠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선생님들에게 친근하게 대했던, 가끔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 오빠로 불러서 애정 어린 주의를 받곤 했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한민이는 1년 전 그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심지어 옷차림까지 똑같았다― 나에게 인사를 했다.

바빠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속으로는 너무나도 기뻤다. 학 학생과 두 번째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말이 감동을 준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신없이 입학식이 끝나고, 오후부터 모둠별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사범대로 올라가는 길에 한민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1년간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 지난번에 함께 했다가 이번에는 같이 못하게 된 선생님들 얘기, 한민이 학교 얘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진학 얘기가 나왔다.

“너희는 평준화지? 좋겠다. 나는 중학교 때도 야자 했는데……. 넌 어느 계열로 가고 싶어? 인문계 아니면 자연계?”

“선생님, 전 실업계 가고 싶은데요.”

“…… 응?”

“대학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빨리 취직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아…그래……?”

말꼬리를 슬그머니 흐렸다. 그렇게 얼버무리는 동안, 내 생각은 5년 전 다녔던 XX 중학교 3학년 8반, 어느 가을의 종례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성적이 이것밖에 안되는데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겠다고? 넌 절대로 합격 못해!

― 정 니 뜻이 그렇다면, 고등학교 떨어지더라도 선생님은 아무 책임 없이 전적으로 네 책임이며, 재수도 하지 않고 실업계로 진학하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그렇지 않으면 원서 도장은 없다.

― 오늘 숙제 안해온 사람 청소한다. 누구지? 어, 반장도 안 해왔어? 웬일이니 니가? 그럼…… 어이, 실업계 가는 놈들 일어나. 오늘 청소는 너희들이다.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실업계’라는 이름은 인간적 낙오를 의미했다. 실업계에 가는 내 친구들은 선생님께도 ‘인간 취급’을 받지 않았다. 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인간 취급’을 받기 위해서 악을 쓰고 공부를 했고,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서울대로 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한 학생이 “실업계가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실업계를 가면 네가 나중에 살아가는 데 제약이 너무 많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못할 수도 있다, 대학을 나오는 게 네 꿈을 이루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조차도 뜻을 잘 모르고 있는 말들을 그냥 내뱉어 놓았다.

한민이는 가만히 듣더니, 한마디를 했다.

“사람들은 왜 대학을 가지 않으면 틀린 길을 걷는다고 말할까요? 그냥 제가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길을 걷는 거라고 말해줄 수는 없나요?”

그날 나는 한민이에게 아무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시간은 동시에, 다르게 흘러간다. 내가 시간 속에서 무언가에 매진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것을 다 이루어놓고 잠시 숨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있다. 그리고 열린교실도 ‘매우 빨리’ 끝났다.

 

졸업식 끝나고 학생들과 팥빙수를 먹으러 갔었다. 일주일간 함께 했던 기억들을 팥빙수 하나에 녹여 먹으면서, 나와 한민이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억을 먹어두려고 숟가락 싸움을 했었다. 그렇게 몸 속에 담아둔 기억들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든다. 컴퓨터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2002 열린교실 주소록]과 함께.

거의 반 년 만에 듣는 목소리. 그동안 먼저 연락하지 못했던 소심함을 미안하다는 몇 마디로 풀어내면서, 넌지시 고등학교에 대해 묻는다. 학교요? 그저 그래요. 예전보다는 바쁘구요. 아, 그냥… 인문계 갔어요.

덜컹. 잠시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잘 지내구.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딸깍.

갑자기 답답해진다. 가슴 속에, 아니 온 몸 속에 한 가지 문장만이 가득 찬다.

‘내가 만약 그 때 한민이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줬다면?’

어쩌면 한민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업계에 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민이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빨리 찾아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종이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세계보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도구들을 만지면서 더 큰 세계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민이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학생들이 미처 펴지 못한 꿈을, 조금 더 쉽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이다. 아직 미숙한 솜씨로 밑그림만 대강 그려져 있는 학생들의 손에, 다채로운 물감들을 쥐어주고 학생이 빈 캔버스를 아름답게 그려넣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다. 차가운 겨울 땅 밑에서 겨우겨우 움트기 시작하는 여린 씨앗을 위해, 그 씨앗이 품고 있는 미래의 열매를 위해 손수 호미를 들고 언 땅을 녹여주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으로서 실격이었다.

도리어 나는 한민이에게 배운 것이다. 한민이는 나에게, 선생님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알게 해 주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기간이 일주일 늦어졌다. 작년같으면 딱 장마철인데, 이번에는 그건 피했다. 대신, 찌는 듯한 한여름이다.

이번에는 내가 열린교실 지기를 맡다 보니, 국어 모둠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대형 강의실이 학생들 이야기 소리로 가득 울린다. 이제 또 일주일 시작이군. 그 때, 누군가 나를 향해 말을 건다.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이번엔 아예 모둠 교사도 아닌데, 누가 또 부르는 거지? 돌아보니, 작년에 국어 모둠에서 같이 했던 재훈이다. 약간 마르고, 안경을 쓰던 모습은 그대로인데,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듯 하다. 하긴, 이제 3학년이니까.

언제나 그렇듯 정신없는 입학식을 마치고, 점심은 그냥 국어 모둠에 끼어서 먹기로 했다. 사범대 뜰 안에 앉아서 냉면을 기다리는 동안, 재훈이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고등학교 말인데요… 엄마 아빠가 자꾸 외고 가라고 그래요. 나는 외국어는 별로 자신 없는데… 거기가 좋다고 자꾸 가라고 하시네요.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하죠?”

그리고, 나는 재훈이에게 되물었다.

“음… 그보다 먼저, 니가 하고 싶은 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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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라린 일을 당해본 사람이 쓰라린 일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도 쓰라린 일을 당한 적이 없는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는 없는 거다.


p.214

:

국가대표

2009. 9. 6. 15:00

0.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화관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최근 들어 본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 끝까지 다 보고도 일어나기가 싫었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러브홀릭스의 <Butterfly> 때문이리라. 글 쓸 때 음악은 절대 듣지 않는 나인데도, 지금 집중력 감퇴를 무릅쓰고 배경음악으로 깔고 글 쓰고 있다. 집중력 좀 희생하더라도, 어제 영화를 볼 때 느낀 "심장의 소리"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 공식을 잘 따른 영화다.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환경, 각각 장애와 상처를 가진 선수들, 그들을 모으는 감독, 피나는 훈련과 극복, 인간 승리의 결말까지. 어찌 보면 너무 통속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공식을 그대로 대입했다.

그러나 공식을 대입했다고 해서 영화가 공식처럼 건조하지는 않다. 틀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인물들의 삶의 리얼리티가 높았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인해 무국적자("넌 투명인간이냐?")로서 살아가는 밥 혹은 차헌태(하정우님). 약물 복용이라는 과거 전력과,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최흥철(김동욱님).  가난과 질병(귀먹은 할머니와 정신지체로 보이는 동생), 그리고 군 입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강칠구(김지석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조선족(인지 중국인인지;) 아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마재복(최재환님). 그리고 실패투성이 인생을 사는 방 코치(성동일님)까지. 이들의 절실하고 진정성있는 삶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1.2.

이들의 장애가 극도로 표면에 부상하는 순간이 바로 대표팀이 해체 위기를 맞을 때이다. 영화는 그들이 다시금 방황하고 좌절의 경계선까지 밀려나가는 모습을 한 명 한 명씩 보여준다. 특히 최흥철이 약물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다량 구입하는 것은, 그들이 스키점프를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좌절과 죽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약국에서, 약사(오광록님)의 한 마디가 국면을 전환한다. "겨울 비가 내리네."


'비'는 문학적 상징성이 대단한 소재이다. 특히 겨울비, 찬비. 이것은 고통이자, 고통을 용해시키는 용매이다. 비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틈바구니에 스며들어, 응고된 한(恨)을 녹이고, 사람들 사이를 화해시킨다. 그리하여 선수들은 꽁꽁 막고 있던 자신들의 상처를 해소하고,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강봉구(이재응님)가 비를 맞는 장면은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켰다.) 마지막에 감독까지 자신에게 내리는 비를 가리고 있던 우산을 벗어버린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우산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


1.3.

개인 안에 박혀버린 상처와 장애를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할 것인가? 영화는 이런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의 무게 때문에, 영화가 자칫 비극과 신파 일변도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균형 잃음을 막기 위해, 영화는 코미디의 양념을 '매우 잘' 활용한다.

특히 강봉구의 희극적 행동은 영화의 조타수 역할 혹은 브레이크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다. 강봉구를 약간 바보스러운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예상가능한 행동 양식을 뛰어넘는다. 형이 스키를 부수고 난리를 치면서 절규할 때, 봉구는 "내 꺼야!"라고 하며 도망치다가 넘어짐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한다. 조폭이 칼 꽂고 협박하면서 영화를 액션 영화의 코너로 몰아갈 때,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이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할 때(솔직히 난 차헌태가 멋있게 복싱으로 나쁜 놈들을 제압할 줄 알았다;), 봉구는 "어이없게도" 조폭 두목을 후려갈기고 도망친다. 영화 마지막에 차헌태가 어머니가 준 설탕 토마토와 어릴 적 앨범을 보면서 보는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때도, 봉구는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토마토를 마구 집어먹는 용감한(?) 개입을 함으로써 영화를 신파에서 휴먼드라마로, 눈물에서 웃음으로 구해낸다.

이 정도면 강봉구 없는 「국가대표」를 설탕 안 뿌려진 토마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1.

물론 「국가대표」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특히 영화의 지나친(?) 국가주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에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자. 물론 이 애국가가 군국주의적인 승리를 위한 애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에서조차 차헌태(이미 귀화해서 한국인까지 된)가 따라부를 수 없는, 참여할 수 없는 애국가를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결국 차헌태는 결정적인 귀화 시험에서 떨어진 거다.

나아가 차헌태에게 귀화를 강요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자신을 버린 나라'에 귀화하지 않으면 어머니를 찾을 수조차 없다. 국민이 되지 않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자 관계도 지키기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말 백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미 제목 자체가 「국가대표」인데, 뭘 더 바라겠냐-_- 하지만 대안 없이 그저 '애국가'에만 의존하는 대중주의적 감성은, 내 생각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최소한 마지막에 차헌태가 따라 부를 수는 있게 말이다.(뭐 스키점프 예찬가 혹은 어머니 마음 이런 노래 없나?;;;)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는 굉장한 영화다. 특히 후반부의 스키점프 경기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심장이 터질 듯한 벅찬 느낌을 주었다. 상상도 되지 않는 무한대의 속도감, 그 정점에서 허공으로 점프, 날아올라, 그리고는 정지. 활강 순간의 정지된 화면,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 혹은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한 눈밭, 그리고 착지하는 순간의 안도감까지. 스키점프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그리고 스키점프를 통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대표"하게 되는 선수와 코치 모두,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그 감동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사실 아까 부인이 아침밥 해 달라고 한 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얼른 글을 마무리해야하는데도, 쓰다 보니 어제의 감동이 더해져서 글이 길어졌네요. 이런 감동을 선물해 주신 공씨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부대 복귀해서도 늘 라디오로 듣고, 가능한 한 종종 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글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요^^;;;;




언제나 좋은 방송 감사해요.

안녕히.

:

어제 기지브이에서 상영한 영화...
 
 
매우 저질스러운 영상 비율과 음향의 씹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눈이 아프고 귀가 따가운 걸 무시하고라도,
 
감동적이었다.
 
 
 
역시 체육인과 교육인을 합쳐놓아서 그런지...
이범수의 대사들이 너무 좋았다.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네 삶까지 동메달이 되는 건 아냐.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바로 금메달이다."
 
"너희들이 내일 들어야 할 바벨이 아무리 무거워도,
너희들이 살아온 지난 삶의 무게보다는 가볍다."
 
 
 
그리고 늘 생각하는 화두 하나,
 
그 아이들의 "최선을 다하자"는 동기는,
목표의식은, 의지력은, 어디서 오나?
 
 
 
영화에서는 각자의 상처, 그로 인한 짓밟힘, 그에 따른 오기, 아니 생존 본능에 가까운 절박감이
그리고 그 절박한 눈물에서 나온 연대감이
그들을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방식만이 유일한가?
죽음과 절망과 눈물이 아닌, 사랑과 믿음, 기쁨을 통한 동기화는 불가능한가?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처럼 말이다)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
두 눈을 감으면 선명해져요
꿈 길을 오가던 푸른 그 길이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으면
소리없이 웃으며 불러봐요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너
바람이 얘기해줬죠
잠시만 눈을 감으면
잊고 있던 푸른 빛을
언제나 볼 수 있다

많이 힘겨울때면 눈을 감고 걸어요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아 편한걸까
세상 끝에서 만난
버려둔 내 꿈들이
아직 나를 떠나지 못해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너
바람이 얘기해줬죠
잠시만 숨을 고르면
소중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곁에 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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