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


<지금도(Interlude)>


집에서 시설에서 조용히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건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로 한 장애인이 목숨을 잃은 후였습니다.
장애인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장애인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우리에겐 목숨을 건 투쟁이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2004년 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돼서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 받은 것입니다.
서울시에서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고 저상버스도 시범 운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갈 수 없는 지하철역이 더 많고 우리가 탈 수 없는 버스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

니가 있어야만 내가 있는데
시작부터 우린 하나였는데
이 한 잔 의 술로 아침을 맞으면
남아있는 꿈을 위해

흉추 3번 밑으로 하반신 마비 가슴 이하로 느끼지 못하고
혼자 스스로 움직일 수 도 없는 지금 이 상태로
예전에 나는 어디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던 강원래는 어디로
그 때는 그랬었지 마치 꿈만 같다
끝이 보이지 않던 죽음의 터널을 지나 이렇게 난 살아있구나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슬픔에 살게 하는구나

다시 보니 정말 참 좋구나
다시 보니 정말 참 반갑다
내 친구야 오랜 나의 친구야

여보세요 어 나 준엽이
어 왠일이냐
야 여기 친구들 다 모였거든 나와라
내가 어딜 나가 사람들 쳐다보는거 챙피해
뭐 어때 지금 록기랑 영준이랑 다 보였단 말이야
사람들 쳐다보고 손가락질하고 그런다니까
아~괜찮아~~우리가 있잖아 빨리나와 나올꺼지
와~강원래다 강원래야 안녕하세요~
지금 괜찮아요 설수있어요?
쿵따리샤바라 저 아직도 들어요
보고 보고 또 들어보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고
니가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이제 나 괜찮은데 이제 아프지 않은데
왜 내 몸과 마음을 또 아프게 하는건데
휠체어에 앉은 내 모습
거울 속 으로 비쳐지는 왠지 낯설은 기분의 내 모습
외출은 커녕 집 안에만 쳐밖여 이리저리 욕만 하는
아주 못된 욕쟁이 아저씨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며 동정했듯이
이런 날 바라보며 사람들은 동정하겠지
이젠 난 어떻게
이젠 난 어떻게 어떻게 살아가야만 도대체
이런맘을 갖고 어떻게

니가 있어야만 내가 있는데
시작부터 우린 하나였는데
이 한 잔의 술로 아침을 맞으면
남아있는 꿈을 위해

오랜 (같은 길과) 같은 꿈을 꾸던 (우린 하나)
오랜 (함께 했던) 나의 친구야 (넌 나의 친구야)
내 삶이 힘들땐(내 손을 잡으렴)
내 몸이 힘들땐 (내 몸에 기대어)
남아있는 헤이~꿈을 위해

그 후로 알게된 많은 사실들
죽어가는 날 일으켜준 사람들의 관심들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나와 처지가 같은 사람들 격려들
그래 이제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이렇게 말을해
아직 내겐 꿈이 있다고
설 순 없지만 자유로운 두 팔이 있고
사랑하는 송이가 있다
그리고 나 두 번 다시는 바보처럼 울지는 않을 거라고

다시 보니 정말 참 좋구나
다시 보니 정말 참 반갑다
내 친구야 오랜 나의 친구야
웃는 모습 보니 참 좋구나
웃는 모습 보니 참 반갑다
크게 웃자 오랜 나의 친구야
:
:


하늘이 그리도 어두웠었기에 더 절실했던 낭만   
지금 와선 촌스럽다 해도 그땐 모든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 70년대를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가위를 든 경찰들   
지금 와선 이상하다 해도 그땐 모든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 70년대를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   

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 간 그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말을 남긴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던가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128050 )

:

우리 모두는 무쇠같아 때로는 무르게 보일지라도
온몸으로 부딪혀 담금질하며 저 빛나는 강철이 되리라
무르지 않고 굽지 않은 빛나는 강철은 따로 없어라
기나긴 시련 거쳐 당당히 선 저 강철의 모습을 보아라

그 모습은 핏발선 얼굴도 들떠있는 쇳소리도 아니요
투쟁의 용광로에서 다듬어진 부드럽고 넉넉히 열려진 가슴

강철은 따로 없어라 우리 이제 강철 되어 가리라
작은 싸움도 온몸 부딪혀 가며 큰 싸움 빛낼 승리의 길로
:
한번 돌아봐 그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음~~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눈부신 자유 있었지
음~~기억해요 그때 자랑스런 우리 젊은 함성들을
이젠 지쳐버렸다고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그대 일어나
한번 더

* 자 이제 우리 자유를 말해봐요
저 침묵을 깨고 아직 할일이 많잖아요
새로운 세상 아직 기다리는 어리고 맑은 눈동자를 언제나 기억해요
자 힘을 내 다시 또 하는거야 고개를 들어요 손 잡아요
비 바람 불어 우릴 힘들게 해도 나 여기 있어 네 손 잡아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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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얼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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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닮아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 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Chorus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Chorus
더 늦지 않도록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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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찾아 달려와
여기 여기에 서 있네
쉰다는 건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

세상의 아픔을 발견할 때
더욱 큰 힘으로 날 이끌던 꿈
세상의 슬픔을 느꼈을때 더욱 찬란히 빛나는

그 꿈이 깨어지리라곤 상상할 수도 없었어
너무도 아름다웠던 꿈이
후회도 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잊을 수 없어라

그 꿈이 나를 속일지라도
인생은 또 다른 꿈을 향한 여행 꿈의 연속일지니
더 이상 꿈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의 인생도 함께 사라지겠지
꿈은 우리의 삶 삶은 우리의 꿈
삶이 끝나는 날까지
꿈을 찾아가리라

:

이 시는 잔인한 시다.
그러나 현실은 시보다 더욱 잔인했다.



                 학살2

김남주(金南柱)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앗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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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친구들 2집(다시 싸움을) - b2. 소나기
:
하고픈 일도 없는데 되고픈 것도 없는데
모두들 뭔가 말해보라 해

별다른 욕심도 없이 남다른 포부도 없이
이대로 이면 안되는 걸까?

나 이상한걸까? 어딘가 조금 비뚤어져버린 머리에는
매일매일 다른 생각만 가득히
나 괜찮은 걸까? 지금 이대로 어른이 되어 버린 다음에는
점점 더 사람들과 달라지겠지

하고픈 일도 없는 채 되고픈 것도 없는 채
그냥 이대로 있을 거야

* 나 이상한걸까? 어딘가 조금 삐뚤어져 버린 머리에는
매일매일 다른 생각만 가득히.
나 괜찮은 걸까? 지금 이대로 어른이 되어 버린 다음에는
아니 난 자라지 않을 것만 같아 *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다면
아무 갈등도 미움도 없이 참 좋을 텐데 참 좋을 텐데

나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언제까지나 어른이 되지 않는 것

*   *
:
황정민의 열연,
그리고 깊이 있는 극본과 구성,

그리고
내 아버지와 같은 인물.



언제쯤이면 우린 슈퍼맨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

블랙

2009. 10. 15. 19:52
인생은 아이스크림이다.
녹기 전에 지금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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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는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52> 선배 중에 '벙어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그 모습은 자기 확신에 찬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었다.

56~64> 첫째, 미래에 대한 마음 속의 그림
           둘째, 그림을 현실로 만들려는 의지
           셋째, 의지를 열매맺게 하는 자기 암시

65~69> 마음의 요가

84> "암이 내 육신을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정신을 바꿔놓았을 뿐이다. ……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내게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정말 올바르게 살겠다고. 그리고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_ 랜스 암스트롱
- '쾌도 홍길동'
- 죽음에 임박했다가 살아났을 때, 덤으로 선물받은 인생이 더 아름다워진다.
  죽음이 삶을 낳는다.

:

9월 19일 (토) 인천 아이다 마을
10월 10일 (토) 하나원
10월 22일 (목) 민주화정신계승연대 (오전 11시반)
10월 24일 (토) 시흥 외국인 복지센터 2회
10월 25일 (일) 수원건강가정지원센터
10월 31일 (토) 하나원 2회. (오전 10시반 / 오후 2시)
11월 7일 (토) 하나원 (오전 10시 반)
11월 7일 (토) 한누리학교 (오후 4시)
11월 22일 (일) 수원건강가정지원센터
11월 29일 (일) 시흥 외국인복지센터

무료공연입니다.
대부분의 공연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합니다.
비어있는 시간 장소는 추후 재개하겠습니다.

:

◀목표▶

본 그룹의 장기적인 목표는 과정 중심의 연극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훈련 그룹을 통해 공부하는 것▶

자기 점검.
공감과 수용, 의사소통, 비폭력대화, 감정코칭
보알 메소드를 중심으로 한 과정중심의 연극 기법, 세션의 구조, 놀이의 구조, 팀워크, 일지작성, 직업윤리

◀과정▶

▷ 1단계 ---------
자신의 성장과 치유를 위한 체험 과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메소드를 기술적으로 습득하기보다는 참가하는 분들 스스로 연극을 통해 자신을 탐험하고 통찰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에게 깊이 체화된 것이라야 온전한 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단계의 주요 교육내용은 감각 활성화, 감정표현, 교감, 관계고찰, 자기 통찰 등으로 구성됩니다. 방식은 놀이, 움직임, 음악, 연극, 쓰기, 인지 작업이 두루 포함됩니다, 교육 중 필요한 이론도 함께 안내해드리지만 이론 수업이 중심은 아닙니다.

▷ 2단계 ---------
자신의 활동 현장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과 더 깊이 있는 소통과 연결을 위한 이론과 실천 학습이 병행될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운용기술보다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주요 이론 배경은 프레이리 교육학, 존 가트맨의 감정코칭, 비폭력대화 등입니다. 이론보다 실제 사례를 가지고 연습하게 됩니다. 교육 또는 치료 현장의 종사자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 태도, 기술 등을 함양하는 과정입니다.

▷ 3단계 ----------
과정 중심 연극의 실제 적용을 위한 모의 세션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서로 리더와 참가자의 역할을 나누어 모의세션을 운영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그룹의 동료들은 서로에게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 세부적인 내용은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여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 과정중심의 연극은, 결과물 창작에만 중심을 두지 않으며, 직접 참여를 기반으로, 연극이 갖는 놀이성 치유성 소통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 지원자격 : 과정 중심의 연극 종사자, 연극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싶으신 분은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 모집 인원 : 10명 내외(밀도 있는 워크샵을 위해 소수인원으로 제한함을 양해바랍니다.)
▶ 시 간 : 매주 금요일 오후 7시-10시 / 2010년 2월 5일(첫째 금요일) 시작
▶ 장 소 : 추후공지 (서울 소재 워크숍 공간)
▶ 참가비: 월 16만원 (입금계좌 : 국민은행 006-21-0816-071 모미나)
▶ 기간 : 끝이 열려 있고 성원들과의 조율에 따라 지속, 성장하는 모임으로 기본 1년은 생각하시고 지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모이기를 바랍니다.
▶ 신청 방법 : 첨부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하여 momina@hanmail.net으로 보내주세요.

강 사 : 모미나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 부대표. Drama workshop director
경기대 대학원, 목원대 등 출강
비폭력대화 지도자 과정
가족 상담사
소년원학교 연극교육 교수학습과정안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수용시설 연극교육 교수학습과정안 연구 (한국 문화예술교육 진흥원)

문의 :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momina@hanmail.net

:
새끼 발가락의 존재는 아파야 느낄 수 있다.
화장실 타일의 모양은 깨져 봐야 관심이 간다.

아프고
깨지고
망가지는 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건

관심을 가져 달라는 외침이다. 비명이다.


그런데..
무감각하다면? 못 듣는다면?

우리는 과연 충분히
민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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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우트 http://www.cine21.com/Community/Netizen_Review/review_read.php?no=64053&s_from=

확신과 회의, 과연 진실은 어디에??? ★★★★

다른 말 필요 없다. <다우트>는 주요 배역을 맡아 출연한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이번 2009년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메릴 스트립, 남우조연상 후보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여우조연상 후보에 에이미 애덤스와 바이올라 데이비스. 즉, <다우트>는 다른 걸 제쳐두고 상영 시간 내내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특히 단 두 장면에만 출연한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는 진정으로 짜릿하다.

때는 1964년, 미국 역사상 첫 카톨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가 암살된 지 일 년이 지난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 자료를 보면 당시 카톨릭은 거대한 역사의 풍랑에 휩싸여 있던 시기라고 한다. 전통을 고수하려는 움직임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의 충돌.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다우트>는 현대 카톨릭 역사에서 가장 갈등이 심했던 당시의 얘기일지도 모른지만, 그러나 영화는 카톨릭의 경계를 넘어 인간 본성의 심연을 건드린다.

교회의 변화 가능성을 거부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메릴 스트립)는 제임스 수녀(에이미 애덤스)로부터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가 유일한 흑인 학생인 도널드(조셉 포스터)에게 너무 과도한 호의를 베푼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순간,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가 죄를 지었다는 확신을 하게 되고 플린 신부를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물론 확실한 물증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심증이 있다.

최근 MBC TV에서 소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 다큐의 중심 소재는 얼마 전 한 할아버지와의 다툼 시비 끝에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혼자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최민수였다. 최민수와 관련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무혐의 판정을 받았음을 알린 다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급속도로 확산되고 현실로 받아들여지는지 그 폐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최민수가 실제 그런 일을 했다고 믿었을까? 그건 ‘최민수라면 충분히 폭력 시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로이시스 수녀는 왜 플린 신부가 사실을 부정하고 아무런 물증이 없는데도 플린신부에게 죄가 있다고 확신한 것일까?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의 해명을 듣고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알로이시스 수녀의 의심은 변하지 않는다. 당황한 제임스 신부는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항변한다. “손톱이 좀 길다고, 볼펜을 쓴다고, 단 커피를 마신다고, 그런 의심을 하시는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만약 우리 주위의 어떤 여성이 양다리를 걸쳤다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을 듣는다면 무관심한 사람을 제외하곤 반응이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또는 “그럼 그렇지. 그 여자는 그럴만해” 과연 그렇게 생각할만한 원인이 있을까? ‘평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 ‘평소 화장을 진하게 해서’ - 원인(?)과 결과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을 갖지 못함에도 우리는 그저 그렇다고(!) 믿는다. 이렇듯 알로이시스 수녀가 가지게 된 플린 신부에 대한 확신은 플린 신부에 대한 의심과 회의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확신과 의심, 회의는 동전의 양면이며, 논쟁은 이성적이고 논리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은 감정의 대립에 불과한 것이다.

<다우트>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결국 신부가 도널드에게 음탕한 짓을 했는지, 아니면 수녀의 의심이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신부에게 죄가 있다는 의심이 갈만한 정황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으며, ‘인간적인 죄는 고해성사’로 해결할 수 있도록 덮어달라는 신부의 태도도 원칙적으론 옳지만, 왠지 미심쩍다. 그렇다고 물증도 없이 의심으로만 사람을 재단하려 드는 수녀를 지지할 수도 없다. 영화는 거대한 두 기류의 충돌을 보여준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던 알로이시스 수녀가 모든 걸 쏟아내듯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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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마야 놀자

2009. 10. 12. 19:32
뭐 일반적인 조폭 영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딱 하나 명장면이 있다.

큰스님이 스님과 조폭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문제를 냈을 때,
스님들은 풀지 못했다.
그 때 조폭들은 어떻게 했던가?

처절하게, 배로 구멍을 막고 운동화에 물을 담아 부으면서 몸부림쳤다.
그러다,
결국 문제를 풀었다.

독을 연못에 던져넣은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내 안에 자꾸 채워넣으며 욕심내지 말고,
너 자신을 던져 넣어라.
은총과 사랑은 좁고 밑 빠진 너 자신 안에 채우려 애쓰지 말고,
너를 은총과 사랑 안으로 던져 넣어라.



※ 굴독설(掘匵說)이라고 할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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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뼛속까지 비워낼 수 있는 고통과 비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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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천식을 이기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조개의 상처가 진주가 되고,
가시 나무에서 장미가 핀다.
: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지 나눗셈을 못했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정말 못했다. 그래서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지 나머지 공부를 했다.

그날도 역시나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나 말고도 몇 명 더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선생님도 무심하게 책을 읽으며, 칠판에 이렇게 써 놓으신 상태였다.

"다 풀고 검사 맡아야 집에 간다."


연필 소리. 머리 긁는 소리. 사각사각. 긁적, 톡. 지우개 지우는 슥슥 소리.

"다 풀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한숨인지 고함인지 탄식인지 함성인지 모를 미묘한 음색이었지만,
적막한 교실에서 모두의 주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모두의 눈은 그 탄식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조금 더 커졌다.

그 탄식의 주인공은,
반에서 가장 나눗셈을 못 하고 산수에서 거의 젬병에 가깝던, 바로
나였으니까.

"야, 정말 다 풀었어?"
"어...... 한 문제."


어이없다는 웃음, 킥킥대는 비웃음이 한바탕 교실을 휩쓸고, 선생님의 혀차는 소리가 다시 교실을 정적으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 그 문제, 그걸 풀었다는 게 너무 기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16년 후, 나머지 공부를 하던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누군가의 나머지 공부를 봐주는 과외샘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과외를 하던 그 아이는, 그 시절의 나만큼이나 돌머리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고3이고 조금 있으면 수능을 쳐야 하는 아이가 영어 발음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아니 요즘은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이 배우는 퐈~닉스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 놓고 어머니께서는 "얘 외국어 40점만 올려주세요~"
어머니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 아이는 한 번도 자기 손으로 영어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 뭘로 점수가 20점은 나오니? "
"잘 찍거든요."
가장 기초부터 시작했다.
"자, 따라해 봐. I my me mine."
"I my me..."
" '메'가 아니라 '미'라고!"
"......왜요?"
"............"

한 달이 지났다. 모의고사를 쳤다. 점수는? 7.5점.
어머니가 난감한 눈빛으로 다가왔다. 음, 짜르시려나 보다... 했는데,
"선생님, 선생님 이번에 임용고사 친다고 하셨죠? 근데... 애가 재수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못 하시나요?"
이건 뭔 소리. 애를 불렀다. 하는 말이 가관이다.
"샘, 저 처음으로 제 손으로 두 문제나 풀었어요!!!! 잘 했죠?*^o^*"

진정으로 기뻐하는 그 아이를 보며, 나는 16년 전의 내 모습을 겹쳐보았다.



결국 그 아이는 수능을 포기했다. 19살짜리에게 14살짜리의 공부는 너무 어려웠을까?
아니, 19살짜리가 14살짜리 공부를 하는 것을 사회가, 부모님이, 받아들이기에 너무나도 어려웠을까?

느리지만 기쁜 교육은, 빠르지만 삭막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 정말 불가능할까?
:

* 강제로 식물을 틀면,
  튕겨서 때리거나
  아예 꺾어져 버린다.

< 방 법 >

  1. 햇빛 쬐어주기
  2. 잡초, 그늘 제거해주기
  3. 지지대를 조심스럽게 만들어주기

그리하여, 스스로 방향 바꾸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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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리게. 낮은 자세로
  • 뒷걸음질치며, 결과 확인하며 나아가기.
  • 알맹이는 세심하게 감싸고(한 알도 놓치지 않게), 다 감싸면 과감하게 걷어매기.
  • 연약해 보이지만 질긴 포도넝쿨

  • "알이 성긴 포도는 싸지 마세요. 알이 작더라도 알이 풍부한 건 봉지로 싸도 돼요."

           ▶ 가지가 다양하게 뻗어나가서 가능성을 풍부하게 품어야 한다.

  • 알이 풍부한지 성긴지, 때가 정말 되었는지 판단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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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가요 선물
http://web.pbc.co.kr/RADIO/783/


언제나 오늘처럼, 박명선입니다.
http://web.pbc.co.kr/RADIO/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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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소리 http://www.badaksori.com/

영욱이형 통해서 우연히 듣게 된 창작판소리극 공연.
"제목이 뭐예요?"
"어 뭐... '닭들... 날다'였던가?"
이 말을 듣고 영화 '치킨 런'을 떠올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든, 내용보다는 창작판소리라는 것에 끌려서,
그리고 형이 "이분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라고 하는 추천에 이끌려서 공연을 보러 갔다.

대학로 정美소라는 공연장에 들어서자 마자, "1분 후 공연 시작합니다~"하는 소리. 다행이다, 하며 자리를 찾아들어갔다. 공연 전 설명부터 판소리로 시작되는 게 눈길을 끌었다. 그냥 건조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가락에 실어 말하는 것('아니리'라고 할 수 있겠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반부에는 닭장 속에 갇힌 닭들이 금지된 꿈을 꾸다가 고생을 겪고 탈출하는 내용이었다. 거의 '치킨 런'을 연상시키는 내용. 그렇지만 사냥개, 그리고 닭반장의 말들이 현대의 우리 사회를 풍자적으로 반영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에 깔려 있는 해학적인 요소들이 같은 내용이라도 좀더 판소리적인 분위기로 바꾸고 있었다. 닭할아버지가 닭 조상에 대해 설명할 때, '닭싸움'을 가져와서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싸움도 잘 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이 이야기의 상상력과 변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단초를 보여주고 있었다.
창의 가사도 새로웠다. 분명 가락은 판소리 가락인데, 가사 내용이나 어투는 현대적이었다. 특히 꼬끼가 꼬비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는, 가사만 들어보면 최신 가요의 이별 가사와 다르지 않았다. 전통적 음에 현대적 말. 약간은 어색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새로운 어울림. '어긋남의 합창'이라고 할까?

3장의 '트럭 운전사의 증언'에서는 해학적 아름다움이 매우 뛰어나게 드러났다. 역시 판소리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소리꾼의 재치와 능청스러움, 애드립이 빛을 발하는 장르이다. 그리고 혼자 하는 판소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연극처럼 움직이는 판소리극이다보니,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닭들의 꿈, 날다'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이야기라고 주저없이 말하겠다. '닭들의 꿈, 날다'의 이야기는 깊이가 있지만 가라앉지는 않았고, 그저 웃기는 듯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며, 새로움 속에서 원전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야기의 깊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철학과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듯한 개그도 그 속에 뼈를 감추고 있으면, 자지러지게 웃고 나서 묵직한 깊이가 느껴진다.
'닭들의 꿈, 날다'는 현대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담고 있다. 통제된 사회, 꿈을 잃은 사회에 대한 건 물론이거니와, 비무장지대 안의 폭력과 파괴(지뢰밭), 분단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까지 드러낸다. 심지어 조류독감의 대유행과 그에 따른 닭들의 집단 살처분은, 마른 기침 한 번 해도 "당신 신종 플루 아냐?"라고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는 작금의 세태까지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깊이가 있는 작품은, 자칫 무거워질 수가 있다. 자신의 깊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없이 진지하게만 흘러가다가 진지함을 강요하게 되는 작품은 부지기수다. 잠수함이 내용물을 많이 실을 수록 그만큼의 공기도 많이 실어야 하는 것처럼, 문학작품도 깊이 가라앉을수록 부력을 일으킬 산소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닭들의 꿈, 날다'는 그 산소를 해학에서 찾았다. 특히 판소리 특유의 해학미는 작품 전반을 감돌며, 관객들이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도록 만들었다.


'닭들의 꿈, 날다'가 더욱 대단한 것은, 웃음이 그저 해학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닭들의 꿈, 날다'에는 그냥 분위기 반전을 위한 웃음이 아니라, 닭, 독수리, 할머니 등이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다. '꼬끼'가 처음에 자신의 꿈을 밝히면서 "성대모사요!"라고 했을 때 그 엉뚱함에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성대모사가 작품 후반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쌍둥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변화했을 때, 웃음은 웃음을 넘어 희망으로 부상한다. 그 희망은 할머니의 죽음이 주는 슬픔까지도 새로운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이다. 할머니가 죽고 나서 슬퍼하고 있는 멍구(강아지)에게, 꼬끼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이미 내 안에 들어 있어!! 우리가 그걸 전해주자!!!"라고 말하며 슬픔을 극복하게 만들지 않는가?(대사가 정확한지는...;; 이래서 대본이 필요해요ㅜㅠ)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상상력은 '닭수리'였다. 다리 없는 독수리와 날개 없는 닭이 함께 하늘을 난다니! 날개 있는 독수리와 다리 있는 닭이 함께 하늘을 난다니!!!
'닭들의 꿈, 날다'는 '없는'이 아니라 '있는'에 주목했다. '없는'에 주목하면 장애가 되지만, '있는'에 주목하면 가능성이 된다. 말로 하면 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것은, 정말 UFO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상상력은 절망으로 가득찬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들 자신의 현실 속에서 부러지고 빼앗기고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여 절망한다.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저 눈물만 흘리고 만다.
그러나 상상하면, '있는'는 주목하면,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주류가 아무리 강력하고 폭력적이라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를 들면... 희망, 사랑, 상상력, 의지,,, 이런 것들......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엄청난 상상력이 원천이었는지, '닭들의 꿈, 날다'에는 심금을 울리는 대사가 많다. 생각나는 대로만 적어보면,

"비무장지대는 완전무장지대야."
"새들이 많다고 해서 새들의 천국인 건 아냐.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천국은 아닌 것 같아."
"우린 살아온 공간, 살아온 과정은 다르지만, 살아온 흔적, 살아온 슬픔은 같아."
"할머니의 목소리는 이미 내 안에 들어 있어!"


신기한 것은 그렇게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닭들의 꿈, 날다'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거나 버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상상력은 충격을 주고, 충격을 이질감을 준다. 그 이질감이 왜 '닭들의 꿈, 날다'에는 거의 없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변용, 다른 말로 패러디 때문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닭들의 꿈, 날다'에는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처음에 UFO를 발견한 데에서는 패닉의 <UFO>를 떠올렸다(패닉의 <UFO> 역시 상상력이 대단한 노래이다. 짓밟히고 죽어간 사람들이 UFO를 타고 다시 되돌아온다는 발상.). 조류독감 때문에 흰 옷을 입은 방역대원들이 닭들을 집단폐사시킬 때는 영화 <괴물>이 연상되었다. 새다리골절전문치료사인 할머니, 새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할머니는 알다시피 <흥보가>를 변용한 것이다. 그 외에도 철조망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새, 만나기 직전에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들(소설 <숨쉬는 영정>)은 모두 한국 문학 작품 속에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던 모티브들이다. 그렇게 익숙한 원전들이 기반이 되어 '닭들의 꿈, 날다'가 만들어졌기에, 상상력이 거리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닭들의 꿈, 날다'는 생각하면 할수록 더 쓸 말이 많아지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작품이다. 장르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한가지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날짜가 너무 짧았다는 것!

앞으로도 '바닥소리' 소리꾼들, 그리고 '닭들의 꿈, 날다'를 만드신 여러 재주꾼들의 힘으로,
이런 명작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나누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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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of La Mancha(라만차의 사람)  (0) 2009.10.21
:
_ 강민석 칼럼사회부문 차장 
_ 중앙선데이| 제125호 | 20090801 입력    
 

한휴(韓休)는 중국 당 현종 때의 재상이었다. 그는 직언을 서슴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의 쓴소리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현종의 얼굴이 야위어갈 정도였다. 한 신하가 말했다. 
“한휴가 재상이 된 뒤 폐하가 매우 수척해지셨습니다. 어찌 파면하지 않으십니까.”
현종이 답했다. “한휴 덕분에 나는 야위었다. 그러나 천하는 살찌지 않았는가.”

뉴욕 헤럴드 기자 출신의 루이스 하우는 24년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분신이었다. 루스벨트보다 11살 더 많은 그는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미스터 노 맨(No man)’이었다. (『1인자를 만든 2인자들』 중)
루스벨트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우는 있을 법한 모든 결점을 찾아냈다. 불륜에 빠졌던 루스벨트의 이혼을 막은 것도 그였다. 말을 듣지 않을 땐 욕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하던 중이었다.
“루스벨트, 이 멍청이!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로 안 돼. 그래도 고집을 부리면 당신은 정말 지독한 바보야.”
루스벨트가 고집을 피우면 물론 ‘예스’라고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이었다. “그래 좋아, 그렇게 해봐 이 돼지머리야. 나중에 내가 말 안 해줬다고 그러지 마.”
하우의 ‘노’는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일단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여론을 전하러 하우를 찾았다. 하우의 ‘노’는 루스벨트와 세상 간의 소통이었다.

‘노 맨’을 휘하에 뒀을 때와 두지 않았을 때 통치자들의 운명은 달라진다.
당 현종은 한휴나 요숭 · 장구령 같은 명신이 재상으로 보좌하는 동안엔 태평성세를 구가했다. 후세는 이를 ‘개원(開元)의 치(治)’라 부른다. 말년에 유능한 장구령을 해임하고 이임보 같은 ‘아부 맨’들을 중용했을 때 현종은 안사의 난을 겪었다.
루스벨트는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시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1936년 하우가 병사한 뒤 언론은 “하우의 조언이 없어지면서 루스벨트가 기세와 방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 곁에는 과연 한휴나 하우가 있을까.
6월 21일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때다. 청와대는 “이른바 검찰 조직 일신이라는 것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인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7월 28일 김준규 후보자를 낙점할 때의 청와대 브리핑은 이랬다.
“소통을 중시하며,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적임자. 글로벌 스탠더드로써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

인사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한 달 만에 180도로 바뀌었다. 검찰은 그대로인데 한 달 전에는 조직을 일신할 사람, 이제는 안정시킬 사람이란다. 그동안 검찰 수장 없이 조직의 일신이 다 이뤄지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이제는 검찰 조직을 일신할 필요가 없다는 얘긴지 헷갈린다. 검찰 총수에게 왜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한 달 전에는 전혀 언급조차 안 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검찰엔 어떤 사람이 필요한건가.
좀 극단적으로 꼬집자면 ‘인사청문회 통과’란 컨셉트 말곤 이번 인선에선 아예 원칙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청와대의 고충도 클 것이다. ‘천성관’이라는 잘못된 카드를 내놓았다 스텝이 꼬여도 왕창 꼬여버렸으니 말이다.

‘천성관 카드’ 등장 과정을 보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해진다.
검증 작업에 참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천 전 후보자를 총장 후보로 추천한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이 대통령이 천 전 후보자를 여러 차례 칭찬했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를 괜찮게 보고 있다는 감을 받은 것이다.” 중앙SUNDAY 123호 4면
이 설명대로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이 천성관 전 후보자를 추천한 배경은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대통령 심기만 맞추면 후보에 대한 여러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발표 때마다 달라지는 인사 컨셉트도 사람에 맞춰 만들어낸 것 아닐까.

참모는 대통령의 ‘반사체(反射體)’여야 한다. 대통령과 ‘부딪쳐서’ 빛을 세상에 보내야 한다. 그러나 예스맨들은 스스로 ‘발광체(發光體)’가 되려 한다. 발광체는 서로 빛을 빨아들이며 수를 줄여나가려는 속성이 있다. 마지막에 하나 남은 발광체가 되기 위해서다. 그들은 절대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 맨’ 없는 대통령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과문한 탓인지 들어보지 못했다. 
:

미 해군 최초의 여성 제독이자 컴퓨터 전문가였던 그레이스 호퍼. 오늘날 프로그램의 오류를 일컫는 '버그'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녀는 복무기간 동안 국방 전산화를 선도하면서 소장까지 진급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종이 문서와 타자기에 익숙해져있던 각 군의 실무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며 전산화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국방 전산화를 반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에게 널리 퍼져 있던 고정관념과 관습 때문이었다. 즉 익숙한 것을 고수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미군 지도부의 정서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당시 호퍼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무실에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진 시계를 걸어 놓고 이렇게 말했다.
"저기 거꾸로 가는 시계를 보십시오. 저 시계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숫자 배열도 반대로 해 놓았습니다. 이처럼 시계 바늘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게 했지만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를 아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그레이스 호퍼는 1986년, 여든 살의 나이로 명예롭게 전역하면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지금껏 이렇게 해 왔다'는 말이다."

:
국내에서 프로권투가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던 1960~70년대. 지금의 축구선수 박지성에 버금가는 스포츠 스타는 WBA, WBC 세계 챔피언이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프로권투선수를 꿈꾸며 권투 도장을 찾았고 어린 홍수환 역시 그런 학생 중 하나였다. 홍수환은 고교 2학년 때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챔피언인 김기수를 동경하며 권투를 시작했고, 마침내 1974년 7월 4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판정승으로 누르고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세계 밴텀급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승리는 계속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미국에서 치른 2차 방어전에서 4라운드만에 도전자의 강력한 펀치 세례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고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를 최고의 권투선수라고 치켜세우던 사람들은 무기력한 거의 경기 모습에 실망하고 순식간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심지어는 '역시 운으로 챔피언 된 거야'라는 주변의 냉소와 멸시에, 그는 권투를 그만 두려고 했다. 아직 은퇴하기에는 젊은 나이였지만 이제 웬만큼 돈도 벌었고 고생하며 권투를 계속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정운수 씨를 찾아가 권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원회장의 반응은 냉정하고 단호했다. "수환아, 솔직히 너한테 실망했다. 권투는 맞고 쓰러지면 말리는 심판이라도 있지만, 세상에서 쓰려져 봐라. 모르긴 몰라도 발로 짖이겨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게 세상이다. 넌 이미 너 자신에게 졌구나!!"
돌아서는 길에 홍수환은 자신의 마음에 비수처럼 박힌 문장을 떠올렸다. '넌 이미 너 자신에게 졌어!' 그러자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파나마로 떠났다.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의 복싱 영웅 카라스키야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1만 6천 명의 관중과 그 텃세 속에서 그는 네 번이나 다운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일어서지 못한다면 나는 또다시 나 자신에게 지는 것이다."라고 수없이 되뇌며 기적처럼 일어섰고, 마침내 챔피언을 눕히고 4전5기(四轉五起)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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