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샐 틈 없는 인파로 가득 찬
땀 냄새 가득한 거리여 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

어느 핏발 솟은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
어느 맹인 부부가수의 노래도
희미한 백열등 밑으로 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빈 거리여
칠흙 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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