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진 샘은 중학생용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드는 분 중에서 최고 수준인 분이다.

송수진, 이민수 샘 이 두 분이 만드는 중학생 추천 도서는 한국의 문화 유산으로 지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좋은 책을 뽑는 건 어느 정도 공부하면 다 하지만, 좋은 책이면서 요즘 중학생들이 잘 읽는 책을 고르는 것은 보통 실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6 봄호에 실린 글인데, 공개가 되어서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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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에게 권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천 도서

송수진 의정부 회룡중 su-jinsong@hanmail.net

3월 초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는 순간 설레면서 두렵기도 하다. 과연 1년 동안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때 학생들이 잘 읽는 책 목록을 준비해 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고, 알고리즘으로 인해 특정 계층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업 시간에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물어보는 학생에게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도하지만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른들의 말은 고리타분하고 뻔하다고 생각하는 중2 학생들과 논리적인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때때로 힘이 빠질 때가 많다. 이럴 때 학생들에게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주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 독서에 익숙하지 않고 책 읽기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기에 쉽고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책을 권하는 편이다. 어릴 때 자기가 읽을 책을 직접 돈 주고 사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1학기에 인문 사회 도서 1권, 2학기에 청소년 소설 1권 총 2권을 사서 국어 시간에 같이 읽는다. 중학생은 수업 시간 45분 내내 책 읽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책을 자주 읽는 습관을 형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수업 열기 10분 독서’를 한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자기가 읽을 책을 꺼내서 10분 동안 읽고 한 줄 정도 간단히 기록한 뒤 남은 시간 동안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학생들과 10분 책 읽기 시간을 꾸준히 갖게 되면 변화가 서서히 일어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뿌듯할 때가 있다. 이때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도서 목록이 중요하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직접 읽혀 보고 반응이 좋았던 책 위주로 목록을 만들었다.

인문 사회

원도(2019), 《경찰관속으로》, 이후진프레스.

우리 학교 옆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들을 보며 순찰차를 타고 동네를 느긋하게 몇 바퀴 돌면서 가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경찰이 거짓 신고, 경찰서에 와서 커피를 타 달라는 어이없는 요청에서부터 가정폭력, 살인, 자살, 성폭력에 이르는 강력 사건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엄청난 일들을 처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찰로서 무력한 상황이나 일부 경찰의 부정부패를 전체로 확대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찰들의 진솔한 모습도 나온다. 학생들은 액션 영화에서 범인들을 멋있게 체포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허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원격 수업을 할 때 수업은 듣지 않으면서 이 책은 여러 번 읽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남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김가지(2025), 《저 청소일 하는데요?》, 책폴.

(만화)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싶었던 작가는 청소로 돈을 벌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아를 실현한다. 가끔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하려고 한다’는 말을 한다. 그때 이 책의 작가 이야기를 해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27살 여성이 청소를 하면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그려 놓은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고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김청연(2025),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동녘.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차별과 혐오의 말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나 많은 차별 언어가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친구들 앞에서 말하기 수행평가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이 ‘말을 너무 많이 ‘절어서’ 속상했다’고 소감을 말하는데 순간 너무 아찔했다. 아이들은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버벅거릴 경우 ‘말을 절다’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뭐가 이상한지 전혀 느끼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다. 한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물었더니 그제서야 ‘신체가 불편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하였다. 최근 래퍼들이 ‘가사를 절다’는 표현을 사용해서 아이들도 별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언어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대체할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라미(2019), 《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 마음의숲.

(만화) 예뻐지고 싶어 시작한 다이어트가 폭식증과 식이장애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 날들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나와 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은 외모에 관심이 무척 많고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편이다. 이 책을 읽고 식이장애는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고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책을 더 읽어보면 좋겠다.

이종철(2019), 《까대기》, 보리.

(만화) 만화가를 꿈꾸며 택배 상하차 일을 해온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꿈인 만화 창작을 위해 남는 시간 동안 육체노동을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배달된 택배 뒤에 숨겨진 노동 현장의 혹독한 현실과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생생하게 알게 된다. 택배가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전화를 걸어 재촉하고 불만을 표현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간혹 ‘나중에 까대기같이 힘든 노동을 하면서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갖고 싶다.’는 글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이 있다면 후속 활동을 통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거나 열악한 노동 현장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같이 이야기해보았으면 한다.

서현숙(2021), 《소년을 읽다》, 사계절.

소년원에서 1년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업 이야기가 나온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은 덩치가 크고 험상궂고 반항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눈빛이 순하고, 예의를 지킬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작가는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외우며 곁에서 다정하게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소년들을 편견 없이 대하고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하였기에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 한 명의 노력으로 소년들의 삶이 달라질 수는 없다. 소년들이 사회로 돌아가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존중받는 삶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문지현(2017),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뜨인돌.

잠시 쉬다가 공부하려고 했지만 결국 오늘은 피곤하니까 공부를 하지 않고 포기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잠시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무기력이라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려고 마음먹더라도 실제로는 딴짓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도 무기력한 것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믿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중독되기 쉬운 사회관계망 서비스, 릴스, 유튜브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매년 학생들이 이 책을 골라 읽는 것을 보면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투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씨리얼(2019), 《나의 가해자들에게》, 알에이치코리아.

2019년 4월 ‘씨리얼’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왕따였던 어른들’이 책으로 나왔다. 왕따를 당했던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으며 학교 폭력은 학창 시절 그 순간만의 일이 아니라 어른이 된 후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으며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따뜻한 포옹과 위로의 한마디라고 했다. 학생들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학교 폭력을 절대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만 해도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있다.

청소년 소설

조남주(2024), 《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최절정이던 순간 딸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 엄마의 삶으로, 엄마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 딸의 삶으로 딱 7일간 ‘너’의 삶을 살게 된다.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이 되어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에게 매를 맞고, 전교생 성적이 모두 공개되어 학생 인권이 억압받는 경험을 한다.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이 되어 딸의 친구들과 갑자기 아이돌 안무를 연습하고 축제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서 딸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술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엄마와 딸의 삶에 점점 스며들게 된다.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이 힘들었던 부모들에게도 강추한다!

부연정(2021), 《소리를 삼킨 소년》, 자음과모음.

아스퍼거 증후군과 함묵증으로 인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태의가 뜻밖의 살인 사건을 목격하며 알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면서 마지막에 태의가 변화된 모습이 벅찬 감동을 준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사탕이나 젤리를 하나씩 주면서 친근함을 표현하던 씩씩한 아이가 가출을 하고 학교에 나와서도 엎드려 있을 때가 많았다. 다행히 2학기 때 학교에 나와 책을 꾸준히 읽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이 아이가 ‘책을 보면서 운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눈물이 나서 너무 의외였다’고 쓴 걸 보면서 좋은 책을 읽기만 해도 아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강리오(2019), 《어항에 사는 소년》, 소원나무.

열네 살 영유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낸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힘든 삶에 엄마는 영유를 손찌검하고 방치한다. 영유는 어항에 키우는 물고기를 친구로 여기며 지낸다. 영유 앞에 나타난 마음이 따뜻한 현재와 의리 있는 중국집 배달일을 하는 형 덕분에 영유는 용기를 내서 집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영유는 보호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두들겨 팬 부모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학생들은 영유가 과연 엄마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말아야 하는지 대화를 나누면서 아동 학대에 대응하는 사회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깨닫게 된다.

추정경(2022), 《열다섯에 곰이라니》, 다산책방.

저마다의 고민을 지닌 십 대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동물로 변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상상력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설정이 재밌고 학생들이 대부분 즐겁게 읽는다. 중학교 교실에서 생활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하며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 동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신기하게도 동물 같던 아이들이 철이 들고 어른이 돼서 자기 몫을 잘하고 있는 걸 보면 위안이 많이 된다. 소설 속에서 나무늘보로 변했던 아이가 사람이었을 때는 느리게 행동해서 구박받고 이해받지 못했는데 동물로 변한 이후 오히려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느린 아이들도 넉넉히 품어주는 여유가 없다는 점이 씁쓸했다.

황영미(2019),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문학동네.

누구라도 겪었을 것 같은, 지금 어딘가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중2 교실 속 이야기다. 다현은 ‘다섯 손가락’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친구들에게 억지로 맞춰 주며 지낸다. 하지만 본성을 거스르며 억지로 함께하는 건 오래 갈 수 없는 법이다. 다현은 다섯 손가락 친구들과 헤어지고 속 깊은 은유와 친해지며 있는 그대로의 본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살기로 다짐한다. 교실에서는 어제의 단짝 친구가 오늘의 배신자가 되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누군가를 따돌리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타인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나답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당당하고 단단하게 살아가길 힘껏 응원해 본다.

정수윤(2024), 《파도의 아이들》, 돌베개.

탈북 청소년 세 명의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13년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실제 탈북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작가의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고난과 좌절, 이별의 경험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오로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선택한 아이들의 절실함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끝끝내 바다를 찾아낸 그들의 삶이 현재 남한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삶과 다르지 않기에 주인공 세 명의 삶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파도를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다가가는 세 명의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의 손길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희영(2023), 《소금 아이》, 돌베개.

홀로 외떨어진 섬처럼 자란 이수에게 세상은 이제까지 기댈 어깨를 내어 주지 않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가 가족이 되어 주었다. 이수는 학교에서 기윤에게 학교 폭력을 당하지만 맞대응하지 않고 피하면서 지낸다. 이런 이수에게 부모에게 버림받아 선인장처럼 뾰족하고 단단해진 문제아 세아가 다가온다. 할머니의 치매로 인해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이수는 이제는 피하지 않고 세상에 부딪혀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수 곁에는 옳지 않은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든든한 세아가 있기 때문이다. 각자 저마다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서로를 기꺼이 돌보며 울타리가 되어 주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남긴다.

백온유(2020), 《유원》, 창비.

십여 년 전 비극적인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유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화재 사건에서 자신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언니,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 내면서 몸도 삶도 망가져 버린 아저씨, 외로운 나날 가운데에서 훌쩍 다가온 친구 수현 등 관계 속에서 겪는 내밀한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유원은 힘들게 살아남았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채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솔직 발랄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수현의 모습을 보며 유원도 아저씨에게 방송 출연을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책임감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과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1년이 지나고 아이들과 마무리를 할 시간이 되면 과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떠올릴 때가 있다. 아이들이 나를 만나 책을 사는 기쁨을 알게 되고 더 좋은 책을 알아보는 밝은 눈을 갖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 가끔 멋진 어른이 되어 나타난 제자들이 중학교 때 책을 읽었던 경험이 씨앗이 되어 지금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할 때가 있다.

‘요즘 유튜브 영상과 숏츠, 릴스에 깊이 빠져 있는 제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의미 없어 보여서 독서를 시작했어요. 쌤이 알려주신 ‘하루에 한 쪽, 한 줄만 읽어도 된다. 그렇게 읽다가 다 읽게 되는 거’라고 알려주신 독서 방법 덕분에 거창하게 시작 안 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쉽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

며칠 전 제자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으니 마음이 참 따뜻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말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도 않는데 제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 맛에 교사를 하고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같이 책을 읽자고 이야기하나 보다. 책 읽기가 문득 삶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 좋은 벗이 될 것이라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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