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했던 큰 규모의 이벤트~ 라고 한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이 생각나는군요. 이를 예시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한 2100년쯤 국사교과서에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고 해봅시다. 아시안게임 개최로 인해 얻어진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들이 있겠지요. 이에 대한 평가도 각각 다를 수 있구요.자 여기 교과서 다섯 권이 있습니다. A (+100) B(+75 -25) C(+50 -50) D(+25 -75) E(-100)괄호 안의 +와 –는 이 아시안게임을 얼마나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서술, 평가했느냐 라고 해봅시다. 예를 들어 (+100) 이라면 이 교과서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인천,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적 성숙에도 큰 영향을 미친 대회였다.’ 같이 서술되어 있을 겁니다. 반대로 (-100) 이라면 ‘2014년에 개최된 인천 아시안게임은 그 진행상의 미흡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접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만을 안겨주어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평가 절하를 유발했으며, 인천시 재정을 완전히 파탄내어 버린 실패한 대회였다.’ 식으로 서술이 되어있겠죠.철수와 영희가 대화를 하다가 아시안 게임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철수: “야, 그거 아시안 게임 완전 성공한 대회 아니었냐. 빨리 한번 더 개최해야 되는데.”영희: “???????? 뭔 소리야 그런 대회를 왜 개최해? 뭔 득이 있다고?”철수, 영희: “잉???”다소 작위적인 상황이지만 철수는 A, 영희는 E 교과서를 통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접한 학생들입니다. 당연히 서로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겠지요. 이 ‘다르다’ 의문의 해소, 입장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의 ‘아시안게임 전후로 외국인들에게 한 대한민국 브랜드 인지도 설문조사’ 라든가 ‘아시안게임 개최 후 인천시 재정의 변화 현황’ 이라든가 여러 가지 자료가 있겠지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당시의 해외 칼럼 같은걸 뒤져볼 수도 있겠구요.근데 찾아보니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자료가 부정적인 자료보다 더 많이 나온다면? D나 E 교과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겠죠? 반대로 부정적인 자료가 더 많이 나온다면? A나 B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것입니다. 이게 전국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레 맞지 않는 서술을 한 교과서는 도태되겠죠? 시장경제에 의해서요. ‘찾아보니 B라는 교과서의 서술이 제일 합당한 것 같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아마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교과서는 B가 될 겁니다. A나 C는 뭐 B보다는 덜 쓰이겠지요. D나 E는 굉장히 마이너해 질 것이구요. 제 사견입니다만 역사는 사실이 아닌 허구입니다. 소설에 가깝지요. 세상엔 아카식 레코드나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해주는 자동기록기구 같은건 없거든요. 역사를 배우고, 탐구한다는건 수 많은 자료를 통해 어떤 ‘소설’이 가장 진실, 사실과 비슷할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소설을 평가도 해 보고, 거기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지요. 만약 그 소설을 뒷받침해주는 사실이 없다면 그건 sf 같은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겠지요. 환단고기처럼요. 만약 서로 다른 두 소설을 뒷받침해주는 비슷한 수준의 근거들이 있다면, 어느 소설을 좋다고 평가할지는, 그리고 거기서 어떤 의미와 깨달음을 얻을지는 독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겠지요. 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것은 이러한 행위들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소설을 읽으라고 강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정한 방향으로 독후감을 써오라는 겁니다. 이게 끔찍한 행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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