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우여 교육부 장관께존경하는 황 장관님, 한국 교육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영용 분진하심에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우리는 그동안 그리스도인으로서 ‘빛과 소금’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몇 번 만난 적이 있지요. 역사교과서 간행체제와 관련, 장관님께 최근 국제동향을 들어 고언을 드리게 되어 저 역시 괴롭게 생각합니다.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정교과서는 교과서의 집필과 편찬, 수정과 개편까지 정부의 뜻대로 하는 독점적인 교과서입니다. 국정제도는 한 종류의 교과서에 정부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도인 까닭에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역사를 좌우, 개폐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입니다. 국정제로 전환하려는 것은 정부가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에 올인했으나 교육 현장에서 참패했던 전례에 비추어 친일·독재를 미화하려는 의도로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외국 언론은 한국 정부의 교과서 정책을 일본의 역사왜곡과 같은 맥락에 놓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사설(2014·1·13)에서, 아베 총리가 침략역사를 희석시키는 우경화 교과서를 만드는 데 압력을 가한다고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 역시 ‘한국인들의 친일 협력에 관한 내용이 교과서에 축소 기술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친일 협력행위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교과서를 정부가 승인하도록 지난여름 밀어붙였다’고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역사교과서와 관련, 박 대통령의 이름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동렬에서 거론된다는 것이 국민으로서는 부끄럽습니다. 또 침략을 미화하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가 전범이라는 것과 교학사 교과서를 밀어붙였던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일제에 협력했다는 점을 비교하는 맥락에서는 그동안 일본의 교과서를 비판해온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뭉개버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교과서 파동을 일으켰다고 지적한 NYT는 “역사교과서를 고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지 말라”는 충고로 사설을 마무리했습니다.유엔 역시 역사교과서가 한 종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역사해석이 독점되고 정부에 이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국정제는 본질적으로 교과서 내용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며 민주시민의 양성을 가로막습니다. 유엔은, 국가가 단일 역사교과서를 장려하는 것은 인권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고, 교육받을 권리, 문화적 권리, 의사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와 상충하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규제를 동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우리 헌법재판소에 의해서도 일찍이 표명된 바 있습니다.유엔 보고서도 ‘역사교육’은 학문적 훈련으로서의 역사 이해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면서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역사의 복잡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교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하며, 애국주의를 강화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공식적인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적 지침에 따라 젊은이들을 주조하는 데 복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국가가 역사교과서 단일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국가적 정체성 강조와 무비판적인 애국주의를 추동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저 나치 시대가 아니더라도 전체·독재 국가에서 흔히 보여왔던 것입니다. 국가가 단일 역사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의 여러 조항에 위배되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입니다.유엔은 역사교과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첫째,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역사 연구와 교육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둘째,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셋째,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사교육을 해야 하며, 넷째 다양한 교재의 자율적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국제적 충언에 귀를 기울이셔서 정부가 쫓기듯이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도록 주무 장관께서 결단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이만열 | 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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