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김영민 교수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교사들은 머리가 뻐근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바로 생기부 때문이다. 특히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이하 세특)'이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 기재사항이 된 올해, 부담은 더 커진다. 참고로 나는 올해 약 24명 × 9반의 216명의 아이들에게 250자씩(원래 총 500자인데, 교과 파트너랑 둘이 나눈 결과), 총 54000자(원고지 270매)의 세특을 쓴다.
이 정도면 '세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미리 말하자면, 세특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한다고 하여 내가 세특을 귀찮게 여겨 대충 쓸 거라는 섣부른 편견은 갖지 말길. 내가 세특을 어떻게 쓰는지는, 나에게 생기부를 받아간 아이들이 증언해줄 것이다.
그래도 물어보자.
세특이란 무엇인가?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이란 무엇인가?
교과세부능력이란 무엇인가?
나는 국어과다. 국어교과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이라는 세부 영역이 있다. 각 영역의 능력은 세부적으로 구체화되면서도, 종합적이고 융합적으로 발현된다. 그래서 국어과의 세부능력을 파악하려면 실제 언어 수행, 즉 토론, 토의, 발표, 연극 등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로 인해 수행 수업은...없었다. 수행평가도 줄어들고, 모둠토론은...... 한 번도 안하기에는 애들이 안쓰러워서 딱 한 번, 그것도 방역 주의사항 강조하며 겨우겨우 했다.
국어 능력을 자세히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서라도, 수업을 1년간 하면 아이들의 세부능력이 보인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재능은 빛이 난다. 그러나,
특기사항이란 무엇인가?
'특기(特記)'의 사전적 정의는 '특별히 다루어 기록함'이다. 재능 있는 아이들은 특기사항이 넘쳐나고, 교사는 도리어 글자수를 압축하는 게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넘치지는 않아도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서 특기사항을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현실적으로, 정말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아무리 주의깊게 봐도 긍정적 언어로 250자를 다 채우기 힘든 아이들도 있다. 그럼 부정적 특기사항을 솔직하게 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직 그럴 용기(?)는 없는 소심한 교사다.
물론 모든 아이들은 소중한 보석이며, 세특을 쓰려고 하면 다 다르게 쓸 수 있다(실제로 그동안 나는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아이들의 특별함이 마스크 쓴 채 강의한다고 저절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기사항을 특별하게 쓰려면, 개인 활동기록 정리하고, 면담하고, 평가하고, 작성하고... 엄청난 과정이 필요하다.
아니, 우리 교과교사들한테 수업하는 모든 학생들 개별면담할 시간을 주기라도 했나? 개인 역량 드러날 창의적 수업을 지원해 주기라도 했나? 도리어 정시 확대하고 수능 입시 교육이나 강화했지.
그러고서는 모든 아이들의 세특이 '의무'라니!
세특은 교사의 권리다. 써도 교사가 쓰고, 책임도 교사가 진다. 그걸 교육부가 의무로 강제하는 건 월권이고, 오만이다.
내가, 우리 교사들이, 이 코로나 시국에도 아이들의 세특을 정성들여 쓰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마음 때문이지,
결단코 그들이 시킨 의무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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