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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대나무숲
일요일
#16902번째 이야기
대숲, 저는 글을 잘 못 쓰지만 오늘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편 쓰고 싶어요.
답장을 보내지 않는 너에게
안녕.
오늘은 너랑 나랑 만난 지 1163일 째 되는 일이야.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오늘따라 너와의 100일이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넌 나한테 이렇게 말했지.
'100일 때 수학여행 가는데..가지 말까?'

'수학여행이잖아.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다 와. 주말에 만나면 되지'
라 말했고.
서로 다른 고등학교, 그리고 남들 몰래 사귀고 있던 입장이라 나름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것 같아.
그렇게 넌 수학여행을 갔고, 난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
정규 시간이 끝나고 휴대폰을 받았을 때 너한테서 여러 개의 톡이 왔었지.
'어지간히 심심했나 보네 ㅋㅋ'라고넘기려했는데...내용이 심상치 않았어.
'99일 동안 너무 행복했어.'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나 연락 안 돼도 너무 슬퍼하지 마.'
너한테 바로 전화를 걸고 톡도 보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어. 도무지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지.
석식 시간에 한 소식을 들은 난 두 시간 가량 너한테 전화를 걸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문자도 보냈지만, 너에게서 돌아온 건 묵묵부답 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저 100일이 되던 날, 너한테 장문의 편지를 보냈지만 너의 답장은 오지 않았지.
그리고 며칠 뒤에 소식을 들었을 땐...진짜 미친듯이 울었던 것 같아. 내가 그 날 '100일 때 내 옆에 있어 줘' 라는 말 한 마디면 널 지킬 수도 있었을텐데.
그 날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아? 3년이나 흘렀어.
나는 그 동안 마음을 조금 추스리고 공부를 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이제 며칠 뒤엔 입대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악착같이 살아왔지.
근데 나한텐 그게 아니더라.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머릿속에 맴돌고, 휴대폰에는 아직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짜가 떠 있고, 그리고 내가 그 날 꺼낸 수학여행 갔다오라는 말은 아직도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 와.
너한테 이제 죄책감도, 슬픈 마음도 가지지 않으려 했지만..미안해. 아직은 못 할 거 같아.
정말 미안해. 그리고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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