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토고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들썩이고 있다. 요즘 뜨는 광고 속 노래로 비유하자면 딱 "한국은 월드컵을 좋아해"란 말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라지는 말자. 여하튼 스스로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러나 한 쪽에선 월드컵 때문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생계를 잃을 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월드컵이 전혀 반갑지 않다. 이들이 월드컵을 싫어한다고 마찬가지로 이들을 나무라지는 말자. <오마이뉴스>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월드컵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늘을 살펴봤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 지난 1997년 정부는 상암동 일대를 택지개발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했다. ⓒ2006 이권재·박수원
ⓒ2006 이권재·박수원

상암동 철거민 출신인 김상민(가명·36)씨. 김씨는 지난 99년 자신이 살던 곳이 월드컵구장 건설을 위해 철거된 이후 7년 여를 떠돌다 최근 여수에 정착했다. 7년 가까이 벌여 온 철거투쟁을 최근에서야 접고 새 삶을 찾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20대 후반에서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시간을 고스란히 철거투쟁으로 보냈다. 그를 이처럼 힘든 길로 이끈 건 다름아닌 월드컵때문이었다. 당시 김씨와 함께 상암 2공구에 살던 40세대는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2006년 어김없이 월드컵이 다시 찾아왔다.

김씨는 지금도 국가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국가는 월드컵을 이유로 김씨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애국'이란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친 월드컵 응원 인파들을 보면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국가, 애국이란 틀 속에서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돋아요. 난 국가로부터 당한 게 너무 많은데. 이런 마음은 꼭 상암동 철거민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은 모든 소외된 이들도 똑같을 거예요."

김씨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지인 대추리 주민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국익이 최우선이라고 해도 그 때문에 일부 주민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국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20년 전 전두환식 방식과 다른 게 뭐가 있나요? 개발독재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어요."

"월드컵 기다려지지만 한국경기는 안 볼 거예요"

물론 김씨도 월드컵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기는 보지 않을 작정이다. 2002년 월드컵 때는 교도소에서 신문을 통해 월드컵 소식을 접했다. 시청 앞 광장에 모이는 수많은 인파들을 보면서 더 가슴이 아팠다. 3년 넘게 그곳에서 침낭에 의지해 1인 시위를 벌였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인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씨는 7년에 가까운 철거투쟁 기간 동안 4번이나 감옥을 드나들었다.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만도 4년이 넘는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뒤인 지난해 5월 마지막으로 교도소를 나왔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 2번째 출소를 했을 때였죠. 다시 시청앞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이어 갔어요. 당시 이명박씨가 막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였을 거예요. 어쩜 그리 시청앞 행사가 많던 지. 일주일이 멀다하고 무대 꾸미고 이명박 시장이 나와서 연설하고. 그토록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한 번도 들어주지 않은 그네들이었죠. 한쪽 구석에 처박혀 그 모습을 보면서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 시청앞 광장이 지금은 한 대기업의 손에 들어갔다. 방송사와 신문사 등이 섞여 있는 SKT컨소시엄은 월드컵 기간 내내 하루 500여 만원을 주고 그곳에 대한 사용권을 독점했다.

거리응원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국가가 더 나빠

"거리응원 자체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 역시 그들만의 자유이니까. 다만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과 국가가 못마땅한 거죠. 한 쪽에선 생존권을 외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내몰면서 다른 한쪽에선 월드컵을 무기로 시민들을 자기들 손아귀 아래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는 셈이죠. 이게 대한민국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말 이후 상암동 철거투쟁을 사실상 접었다. 그리고 올해 3월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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