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모순덩어리다.
과정중심평가를 도입하며 창의적 수업을 하라고 해놓고, 이른바 주요 대학의 정시를 확대하란다.
고교학점제를 지향하면서, 수능으로 한줄세우기를 하란다.
이러니 서울대는 정시에 교과세특 등을 반영하는 기발한(!) 입시안을 내었다. 교육부가 모순을 강요했으니, 대학 탓은 아니다.
결국 피해자는 학교에서 수업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학생과 교사.

수능 문제풀이와 다양한 활동수업(활동을 해야 세특을 쓴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라니? 잡으라니 잡아야겠지만...;;; 도대체 어떻게?ㅜㅠ
그래서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작은 실험을 해봤다. 이름하야, <EBS 수특에 실린 소설로 토론수업하기>!

사실 소설감상능력을 길러야 수능 소설문제도 잘 푼다는 건 당연하다. 문학 잘 하는 고3쯤 되면, 모의고사 문제 풀다가 제시문 문학작품에 감동받았다는 아이들도 종종 나온다.😂(감동받아 울다가 문제를 덜 풀었다는 얘기는 덤...^^;;;)
그래서 수특의 소설을 토론을 통해 깊이 감상하면서, 감상을 바탕으로 수특의 문제풀이도 같이 해보자는 기획이다.

쉽지는 않다. 문학에 흠뻑 몰입하는 경험을, 문제풀이는 방해한다. 해석의 다양성도 있다. 상징적 의미는 모호할수록 문학성이 높은 건데, 문제의 답은 하나니까.
모순된 입시제도로 인한 모순된 수업.
그래서 나는 수업을 진행하는 순간조차도 수업의 답을 구체적으로 품고 있지 못했었다.

그러나, 수업의 답은 내가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모순된 수업 속에서도 아이들은,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하고 즐겁게 토론하면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소설로 모의재판을 만들면서 소설 속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인물을 깊이 있게 공감하고, 그 감상을 문제를 풀 때도 적용했다. 토론과 입시의 선순환.

모순된 수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해법은, 아이들의 내면 속에 있는 수업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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