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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살인자.
 2001년, 옥시는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옥시는 흡입독성 시험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흡입독성 시험을 생략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 통상 자원부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KC마크(국가통합 인증마크)를 부여하기 까지 한다. 규정상 유해성 심사를 신청한 회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유해성을 판단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가 규정보다 2배 많은 화물을 싣고 규정의 절반밖에 안되는 평형수와 정수를 실고 출발한다. 세월호는 출항하기 전 1년 동안 해운조합을 통해서 12번의 안전점검을 받아왔는데, 모든 점검을 이상 없이 통과했다. 해운조합은 배를 운영하는 선주들의 모임이다.
 두 사건 모두 사실상 직접적인 이익주체, 운영자 측에 안전점검을 맡겼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기업들에게 그 의무를 아웃소싱 해버린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누가 책임을 졌을까?
 옥시 사건의 경우, 2012년 8월에 피해자들의 1차 형사 고발이 있었다. 2014년에는 피해자 가족들이 옥시 등 14개 제조사를 살인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피해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를 미루다가 2016년에서야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그 사이에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부인하려 연구조사결과를 은폐, 왜곡하려 시도 했고, 책임회피를 위해 법인을 고의로 해산했다.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옥시에게 내려진 유일한 처벌은 공정 거래 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5000만원 뿐이다.
 세월호 침몰의 경우, 세월호의 안전점검과 관련해서 기소되었던 26명의 운항관리자 전원이 현재 선박안전 기술공단에서 다시 선박 안전 관리 업무를 보고 있다. 사실상 세월호의 안전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규정을 어긴 화물적재와 평형수다. 규정을 어긴 선박에 안전점검을 하고 출항허가를 내린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했는가?
 세월호 침몰로 인해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22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1528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신생아, 임산부, 어린 아이들이다. 생존자들은 지금도 폐의 섬유화로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고통 받고 있다. 피해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책임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쯤 되면 검사는 팽목항의 물살과 PGH라도 고소해서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세월호 침몰,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모두 기업의 규정 위반과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로 인해 일어난 인재다. 사람과 제도로 인해 일어난 사고라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합당한 벌을 받고, 잘못된 규정은 고쳐저야만 한다. 지금과 같이 사고가 발생하고도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법 아래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상황에서는 세월호 침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피해자와 국민들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끊임 없는 조사를 요구하고, 정부는 이에 응해 제도를 개선하고, 가해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세월호를,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한낱 사고로 치부해서, “보상을 받았으니 이제 그만하라”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과 지금이 바뀐 것이 없는데, 무엇을 그만하라고 하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침묵은 살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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