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경제·사회적 생존권을 찾아 상처를 아물리지 못하고 벽돌 공장
굴뚝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사랑에 기대를 걸었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 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의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날아 들어갈 벌도 없다. 나비도 없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
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하여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 제정이라는 공식을 빼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기반을 주었다. 나도 아버지처럼 사랑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우리 네 식구가 살기 위해 온 은강시는 머릿속 이상 사회와 너무나 달랐다.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난쏘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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