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시 주관이 있는 MC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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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면 체중은 무거워지지만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다.”
(전략)
눈을 감아야만 꿈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을 뜨고도 꿈꿀 수 있다. 찰스 핸디는 낮에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낮에 꿈꾸며 책을 읽어라. 책 읽는 비전가, Reading Visionary는 꿈을 현실로 이뤄낸다. 원대한 비전을 가슴에 품어라. 그리고, 체 게바라의 말을 가슴에 새겨라.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흔히, 미래는 장밋빛으로 그려지기 쉽다.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들을 무조건 좋은 쪽으로 설정해서는 곤란하다. 비전가는 현실을 염두에 둔 현명한 전략을 세운다. “올바른 전략이란 경쟁 업체가 당신보다 뛰어나거나 적어도 당신만큼 유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 만큼이거나 그 이상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도 적게 행동하고, 적게 행동하면서도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비전가가 아니라 몽상가들이다. 존 맥스웰은 비전가와 몽상가의 행동 특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비전가는 말은 적고 행동은 많이 한다.
반면, 몽상가는 말은 많으나 행동은 적다.
비전가는 자기 내면의 확신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반면, 몽상가는 외부 환경에서 힘을 찾는다.
비전가는 문제가 생겨도 계속 전진한다.
반면, 몽상가는 가는 길이 힘들면 그만 둔다.”
우리 모두 비전가를 소망하자. 비전을 품고, 체 게바라의 멋진 말을 가슴에 새기고 난 다음에는 책을 읽자. 비전을 향한 책읽기를 시도하라. 자신의 비전을 이미 성취한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라.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쓴 책을 읽어라. 비전이란 나의 미래를 생생하게 바라보는 기술이다. 비전을 품는 순간,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나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비전은 지금의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오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뭔가 잘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짓 희망’이다. 책 읽는 비전가, Reading Visionary가 되라. 리딩 비저너리는 날마다 성장하는 영혼이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당신의 비전이 조금씩 명확해질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당신의 비전으로 성큼 다가서게 만드는 과업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과업을 완료하는 순간, 당신은 한 시간 전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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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는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52> 선배 중에 '벙어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그 모습은 자기 확신에 찬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었다.
56~64> 첫째, 미래에 대한 마음 속의 그림
둘째, 그림을 현실로 만들려는 의지
셋째, 의지를 열매맺게 하는 자기 암시
65~69> 마음의 요가
84> "암이 내 육신을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정신을 바꿔놓았을 뿐이다. ……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내게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정말 올바르게 살겠다고. 그리고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_ 랜스 암스트롱
- '쾌도 홍길동'
- 죽음에 임박했다가 살아났을 때, 덤으로 선물받은 인생이 더 아름다워진다.
죽음이 삶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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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토) 인천 아이다 마을
10월 10일 (토) 하나원
10월 22일 (목) 민주화정신계승연대 (오전 11시반)
10월 24일 (토) 시흥 외국인 복지센터 2회
10월 25일 (일) 수원건강가정지원센터
10월 31일 (토) 하나원 2회. (오전 10시반 / 오후 2시)
11월 7일 (토) 하나원 (오전 10시 반)
11월 7일 (토) 한누리학교 (오후 4시)
11월 22일 (일) 수원건강가정지원센터
11월 29일 (일) 시흥 외국인복지센터
무료공연입니다.
대부분의 공연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합니다.
비어있는 시간 장소는 추후 재개하겠습니다.
교육생협]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교사교육 (1) | 2009.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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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교육과 미래 (0) | 2009.10.21 |
과정중심연극 리더 훈련그룹 모집 안내 (1) | 2009.10.12 |
◀목표▶
본 그룹의 장기적인 목표는 과정 중심의 연극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훈련 그룹을 통해 공부하는 것▶
자기 점검.
공감과 수용, 의사소통, 비폭력대화, 감정코칭
보알 메소드를 중심으로 한 과정중심의 연극 기법, 세션의 구조, 놀이의 구조, 팀워크, 일지작성, 직업윤리
◀과정▶
▷ 1단계 ---------
자신의 성장과 치유를 위한 체험 과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메소드를 기술적으로 습득하기보다는 참가하는 분들 스스로 연극을 통해 자신을 탐험하고 통찰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에게 깊이 체화된 것이라야 온전한 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단계의 주요 교육내용은 감각 활성화, 감정표현, 교감, 관계고찰, 자기 통찰 등으로 구성됩니다. 방식은 놀이, 움직임, 음악, 연극, 쓰기, 인지 작업이 두루 포함됩니다, 교육 중 필요한 이론도 함께 안내해드리지만 이론 수업이 중심은 아닙니다.
▷ 2단계 ---------
자신의 활동 현장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과 더 깊이 있는 소통과 연결을 위한 이론과 실천 학습이 병행될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운용기술보다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주요 이론 배경은 프레이리 교육학, 존 가트맨의 감정코칭, 비폭력대화 등입니다. 이론보다 실제 사례를 가지고 연습하게 됩니다. 교육 또는 치료 현장의 종사자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 태도, 기술 등을 함양하는 과정입니다.
▷ 3단계 ----------
과정 중심 연극의 실제 적용을 위한 모의 세션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서로 리더와 참가자의 역할을 나누어 모의세션을 운영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그룹의 동료들은 서로에게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 세부적인 내용은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여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 과정중심의 연극은, 결과물 창작에만 중심을 두지 않으며, 직접 참여를 기반으로, 연극이 갖는 놀이성 치유성 소통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 지원자격 : 과정 중심의 연극 종사자, 연극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싶으신 분은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 모집 인원 : 10명 내외(밀도 있는 워크샵을 위해 소수인원으로 제한함을 양해바랍니다.)
▶ 시 간 : 매주 금요일 오후 7시-10시 / 2010년 2월 5일(첫째 금요일) 시작
▶ 장 소 : 추후공지 (서울 소재 워크숍 공간)
▶ 참가비: 월 16만원 (입금계좌 : 국민은행 006-21-0816-071 모미나)
▶ 기간 : 끝이 열려 있고 성원들과의 조율에 따라 지속, 성장하는 모임으로 기본 1년은 생각하시고 지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모이기를 바랍니다.
▶ 신청 방법 : 첨부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하여 momina@hanmail.net으로 보내주세요.
강 사 : 모미나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 부대표. Drama workshop director
경기대 대학원, 목원대 등 출강
비폭력대화 지도자 과정
가족 상담사
소년원학교 연극교육 교수학습과정안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수용시설 연극교육 교수학습과정안 연구 (한국 문화예술교육 진흥원)
문의 :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momi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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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를 낼 때 ’가위‘를 내라. 그것이 ’돈‘이다
월터 P. 크라이슬러 - 충동적으로 구매하라
어린 나이의 크라이슬러는 돈도 학력도 없었다. 아버지는 지방 철도회사의 기관사였고 형도 똑같이 철도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크라이슬러도 고등학교를 졸업 후 자연스럽게 철도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것말고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었지만 정비공장의 일보다는 그래도 청소계 작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이 크라이슬러가 훗날 빛나는 성공을 거둘 인물이 될 것이라 보여질 만한 구석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기계광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계에 대해선 무조건적일 정도로 열렬한 흥미를 갖고 있었다. 매일 정비공장에서 작업 중간마다 여러 종류의 기계를 살펴보고 만져보고 조립하는 일을 생각하며 커다란 희열에 사로잡히곤 할 정도였다. 이윽고 그는 청소계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기계기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혼신의 정열을 기울여 열심히 공부한 끝에 20세가 되었을 무렵에는 베테랑 기계기사가 무색해질 정도로 기술과 지식을 겸비하게 되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의 능력을 무기삼아 미국 중서부를 종횡무진하다시피 하며 각지의 철도회사에서 기사장과 공장의 총감독으로 맹활약하게 되었다. 그러한 와중에 그는 기계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느끼는 것 외에 기계를 통한 수송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현장의 작업 속에서 기계를 이용한 운송업의 전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시카고 모터쇼에서 ‘로코모빌(1899년 제작된 증기자동차)’이라 이름 붙여진 꿈의 자동차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뒷날 이때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그 차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4일간 내내 자동차쇼가 벌어진 현장을 떠날 수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자동차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순수한 호기심이 그의 몸과 마음에 소용돌이친 것이다. 더구나 당시의 자동차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가품일 때였다. 더구나 모터쇼에 출시된 ‘로코모빌’은 최신 고급차였기 때문에 그는 끙끙거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은행에서 자그마치 5천 달러나 되는 거금을 빌려다 그 자리에서 자동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열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통 사람 같으면 고가의 차를 구입한 뒤에는 반드시 드라이브 삼매로 나날을 보내기 쉽지만 크라이슬러는 만들어보고 싶은 마니아답게 자기 신념에 충실한 인물이었다. 그는 로코모빌을 단 한번도 운전해보지 않고 가져온 그대로 분해했다 다시 조립했다. 그 과정이 끝나고 나서야 한번 시승을 해보았고 시가지를 한 바퀴 주행해본 다음, 다시 분해했다가 재차 조립했다. 이렇게 분해-조립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던 것은 로코모빌을 하나의 교과서로 삼아서 철저하게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를 보면서 친구들은 “저 친구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냐?”라고 조롱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훗날 미 자동차업계 빅3의 하나로 군림할 크라이슬러사 창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거액의 빌린 돈을 갖고 로코모빌을 충동 구매했을 당시, 그의 내면에는 창업의 힌트 같은 것도 없었고 최신의 수송수단에 투자해보겠다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다. 그는 구매 당시 참을 수 없이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의 짜릿한 ‘흥분‘만을 느꼈을 뿐이라고 했다. 뒷날 크라이슬러는 “당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열성’이라기보단 ‘흥분(exciting)’이라고 봅니다. 나는 사람이 흥분하는 것을 볼 때 가장 좋아요. 사람은 흥분했을 때 인생을 성공시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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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하버드대학의 데이빗 맥클랜드(David McClelland) 박사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람의 침에는 면역항체 'Ig A'(면역글로블린항체)가 들어 있는데, 근심이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말라 이 항체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연구를 주관한 맥클랜드 박사는 하버드대학생 132명의 'Ig A' 수치를 조사하여 기록한 뒤에, 그 학생들에게 인도의 캘커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테레사 수녀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그 그 영화를 보기 전과 영화를 보고 난 후, 학생들의 타액 속에 있는 “Ig A"(면역글로블린항체A(Immunoglobulin A)'의 수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비교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랍게도 학생들의 대부분에게서 면역글로블린항체A가 50% 정도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맥클랜드 박사는 “선한 행동으로 유발된 감동은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직접 선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거나, 듣거나 그런 사람의 일생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을 높여주는 생물학적 사이클의 변화(Entrainment)를 일으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마더 테레사 효과(The Mother Teresa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줄여서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라고 불리는 이 이론의 결론은 내가 직접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단지 타인에 대한 봉사를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면역능력이 향상되어 우리의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봉사하는 분들을 부지런히 만납시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봅시다. 그 분들을 따라가서 봉사하는 모습을 지켜봅시다. 그러면 틀림없이 우리의 몸에서 면역글로브린항체 A가 샘솟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하고 장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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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는 과연 해피 엔딩인가?
까만 ★
지난 월요일에, 애들이 하도 안와서 결국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예상한 대로, 아이들은 “남자가 무슨 발레?”라고 비웃고, 영화 속의 동성애적인 코드에 거부감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나는 더욱 영화를 보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을까?
1. 빌리를 둘러싼 것들, 그리고 빌리.
빌리 엘리어트는 주인공 빌리의 성장 영화이다. 그러면 빌리는 처음에 어떤 공간에서 어떤 아이로 살고 있었나?
영화는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빌리는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와 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은, 탄광의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즉 빌리는 전형적인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노동 계급’이라는 말 속에는 단지 가난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만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빌리의 집안은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다.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이러한 남성 노동자의 전형(全形)이다.
그러나 빌리는 아버지, 형과 어느 정도 다르다. 물론 빌리 역시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져 온’―남성성의 대물림이 너무 잘 드러나지 않는가?―복싱을 배우고 있지만, 빌리는 복싱에 만족하지 않는다. 빌리는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남긴 피아노를 친다. 빌리는 복싱을 할 때도 마치 춤을 추듯, 리듬과 스탭을 탄다(물론 그러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2. 발레의 이중적 의미
빌리가 발레를 만나면서, 빌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문화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복싱을 그만둔 것, 그리고 발레를 둘러싼 아버지․형과의 갈등은 빌리의 저항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것은 기존의 남성중심적 문화에 대한 저항이다. “남자가 어떻게 발레를!”이라고 분노하는 아버지에 대한 저항이자 탈출이다. 그리고 이 저항은 단지 빌리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빌리의 발레 교사인 윌킨슨 부인이 빌리에게 “너의 춤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물건들”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빌리는 어머니의 편지를 가져온다. 즉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것은 빌리의 집안에서 대대로 억압되어 왔던 여성적 문화가 드디어 스스로를 드러내고 저항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영화의 표면에 나타나 있는 발레의 의미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영화를 주의깊게 본다면, 발레가 영화에서 또다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혹시 기억나는지?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장면과, 빌리의 아버지와 형이 고함을 지르면서 파업하는 장면이 교차되는 씬을. 영화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빌리와,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빌리의 아버지․형을 대비시킨다.
발레는 여성적 관점에서는 해방이지만, 계급적 관점에서는 억압이 된다. 그것은 빌리가 발레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윌킨슨 선생의 계급적 성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발레 교사는 매우 부유한 집안이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쓸데없는 행동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빌리의 형이 발레를 반대할 때, 빌리의 형에게 “빌리를 당신같은 꼴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상류층 문화인 발레는 빌리가 기반하고 있는 노동자 문화와 충돌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문화적 충돌을 넘어서, ‘마음 편히 발레에 집중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이다. 윌킨슨 선생은 계속 빌리에게 “너는 집중하고 있지 않아.”라고 꾸짖는다. 어떻게 빌리가 집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와 형이 파업으로 힘들어하고, 형이 감옥에 잡혀 들어가는 상황에서.
3. 빌리에게 주어진 발레, 빌리에게서 나온 발레.
흥미있는 것은,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빌리가 자신의 분노와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이 다시 ‘춤’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 ‘춤’은 ‘발레’와 다르다. 빌리가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추는 춤은 왕립 발레학교에서 요구하는 고품격의 우아한 발레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춤이다. 그래서 빌리가 즉흥적으로 추는 춤은 기존 발레와 다른, 빌리 자신의 몸짓이 들어간 춤이 된다.
빌리가 자연스럽게 발출하는 춤. 이것은 앞에서 빌리에게 ‘주어진 발레’가 가지는 이중성을 극복할 단초가 된다. 빌리에게 춤은 단지 상류층의 유희가 아니라, 자신에게 강제되는 억압을 극복하고 그것을 해방적 힘으로 발현하는 원동력이다. 아마 빌리가 조금 더 의식 있는 발레 교사에게 배웠다면, 빌리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춤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윌킨슨 선생은 빌리의 노동계급적 속성을 긍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빌리를 왕립 발레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최소한 영화 속에서는, 빌리도 빌리의 가족도 그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윌킨슨 선생은 빌리의 자발적인 ‘춤’을 왕립 발레학교라는 기존의 상류층 발레로 포섭해 버린 것이다.
4. 영광, 그 이면의 패배
그리고 영화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내가 ‘파국’이라고 쓴 표현에 의아해할 것이다. 빌리는 왕립 발레학교에 합격했고, 영화 마지막에는 <백조의 호수>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는 감동적이고 영광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그런데 무슨 파국?
그렇다. 빌리는 분명 성공했다. 그러나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어떻게 되었나? 빌리의 아버지는 빌리를 위해 회사의 압력에 굴복해 버렸다. “우리 꼴을 봐라, 빌리마저 망칠 수는 없다.”고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들은 스스로를 부정한다. 그리고 빌리를 더 높은 계급으로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빌리에게는 기회를 줘야 해.” 이 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바로 한국의 무수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자식들을 키우면서 한 말이다. 너희들에게는 기회를 줄게, 우리가 희생해서라도 너희는 잘 살아야 해. 그러나 이 말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심지어 억압적인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라난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빌리가 왕립 발레학교를 가는 것이 그 탄광 마을 전체의 경사가 되는 장면. 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마치 시골 깡촌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학생 한 명 생겼을 때의, 온동네가 잔치를 하는 그런 분위기. “빌리가 해냈어!”라는 환호와 “노조가 졌어.”라는 탄식이 교차될 때, 우리는 노동자 계급의 완전한 패배를 본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문화 자본의 차이는 더욱 크게 드러난다. 생전 처음으로 런던에 가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아버진 탄광밖에 몰라요.”라고 말하는 빌리. “한 번 떨어져도 내년에 또 하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부자 아이들과, 그 아이에게 주먹을 날릴 수 밖에 없는 빌리. 그리고 그렇게 ‘폭력’을 휘두른 빌리에게 품위와 규율을 강조하고, “가정의 절대적인 지원”을 강조하는 왕립 발레학교 심사위원들. 그런 문화 충돌 속에서, 빌리와 그의 가족들은 결국 상류층 문화에 편입되는 것을 선택한다. 아니 갈구한다. 처음에는 단지 좋아하는 발레를 하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나중에는 왕립 발레학교라는 명문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된다. 개인적 꿈이 사회 체제 안으로 너무나도 쉽게 포섭된다.
5. <빌리 엘리어트>는 과연 해피 엔딩인가?
영화는 빌리의 화려한 데뷔에서 정지하며,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으로 암전(暗轉)한다. 그러나 영화를 10분만 더 이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 탄광에서 올라온 빌리 아버지․형과, 상류층의 우아한 주인공인 빌리의 어색한 만남? 짧은 만남 후에 빌리는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저택으로, 아버지와 형은 다시 탄광촌으로?
그것이 과연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결말일까?
어쩌면 감독은, 절망적 결말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싫어서 영화를 멈춘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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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9.26. 지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국어교육과 홍수봉
혹시나 비가 오지 않으려나 조마조마 했다. 눈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목 길게 빼서 골목길을 확인했다. 다행히 환한 햇빛을 받고 있다. 작년에 열린교실 기간 내내 비가 왔다갔다 해서 야외수업 한번 제대로 못한 게 서운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한다. 대학 강의에는 9시 수업에도 종종 지각하는 나이지만, 중학생들 앞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서야 하는 일주일만은 8시 등교도 시간 정확히 맞춰서 가야한다. 아이들은 절대로 지각하지 않는다.
입학식장이 좁은 실내라서 붐볐다. 학생들 자리 잡아 앉히랴, 모둠 선생님들 빨리 오라고 연락하랴, 게다가 입학식 사회자까지 맡은 나였기에 정신없이 식장을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잠시 후면 시작인데, 또 늦겠군.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누군가 나를 향해 “선생님!!”이라고 외쳤다.
아직 학생들 모둠 선택도 안했는데 누가 나를? 그렇게 돌아본 내 눈에, 큰 키에 까무잡잡한 한 아이가 보였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또 국어 모둠 들어가려고 왔어요!!!”
한민이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열린교실 교사가 되었을 때, 딱 세 명의 아이들이 국어 모둠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선생님들에게 친근하게 대했던, 가끔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 오빠로 불러서 애정 어린 주의를 받곤 했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한민이는 1년 전 그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심지어 옷차림까지 똑같았다― 나에게 인사를 했다.
바빠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속으로는 너무나도 기뻤다. 학 학생과 두 번째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말이 감동을 준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신없이 입학식이 끝나고, 오후부터 모둠별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사범대로 올라가는 길에 한민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1년간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 지난번에 함께 했다가 이번에는 같이 못하게 된 선생님들 얘기, 한민이 학교 얘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진학 얘기가 나왔다.
“너희는 평준화지? 좋겠다. 나는 중학교 때도 야자 했는데……. 넌 어느 계열로 가고 싶어? 인문계 아니면 자연계?”
“선생님, 전 실업계 가고 싶은데요.”
“…… 응?”
“대학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빨리 취직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아…그래……?”
말꼬리를 슬그머니 흐렸다. 그렇게 얼버무리는 동안, 내 생각은 5년 전 다녔던 XX 중학교 3학년 8반, 어느 가을의 종례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성적이 이것밖에 안되는데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겠다고? 넌 절대로 합격 못해!
― 정 니 뜻이 그렇다면, 고등학교 떨어지더라도 선생님은 아무 책임 없이 전적으로 네 책임이며, 재수도 하지 않고 실업계로 진학하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그렇지 않으면 원서 도장은 없다.
― 오늘 숙제 안해온 사람 청소한다. 누구지? 어, 반장도 안 해왔어? 웬일이니 니가? 그럼…… 어이, 실업계 가는 놈들 일어나. 오늘 청소는 너희들이다.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실업계’라는 이름은 인간적 낙오를 의미했다. 실업계에 가는 내 친구들은 선생님께도 ‘인간 취급’을 받지 않았다. 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인간 취급’을 받기 위해서 악을 쓰고 공부를 했고,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서울대로 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한 학생이 “실업계가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실업계를 가면 네가 나중에 살아가는 데 제약이 너무 많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못할 수도 있다, 대학을 나오는 게 네 꿈을 이루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조차도 뜻을 잘 모르고 있는 말들을 그냥 내뱉어 놓았다.
한민이는 가만히 듣더니, 한마디를 했다.
“사람들은 왜 대학을 가지 않으면 틀린 길을 걷는다고 말할까요? 그냥 제가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길을 걷는 거라고 말해줄 수는 없나요?”
그날 나는 한민이에게 아무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시간은 동시에, 다르게 흘러간다. 내가 시간 속에서 무언가에 매진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것을 다 이루어놓고 잠시 숨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있다. 그리고 열린교실도 ‘매우 빨리’ 끝났다.
졸업식 끝나고 학생들과 팥빙수를 먹으러 갔었다. 일주일간 함께 했던 기억들을 팥빙수 하나에 녹여 먹으면서, 나와 한민이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억을 먹어두려고 숟가락 싸움을 했었다. 그렇게 몸 속에 담아둔 기억들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든다. 컴퓨터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2002 열린교실 주소록]과 함께.
거의 반 년 만에 듣는 목소리. 그동안 먼저 연락하지 못했던 소심함을 미안하다는 몇 마디로 풀어내면서, 넌지시 고등학교에 대해 묻는다. 학교요? 그저 그래요. 예전보다는 바쁘구요. 아, 그냥… 인문계 갔어요.
덜컹. 잠시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잘 지내구.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딸깍.
갑자기 답답해진다. 가슴 속에, 아니 온 몸 속에 한 가지 문장만이 가득 찬다.
‘내가 만약 그 때 한민이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줬다면?’
어쩌면 한민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업계에 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민이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빨리 찾아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종이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세계보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도구들을 만지면서 더 큰 세계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민이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학생들이 미처 펴지 못한 꿈을, 조금 더 쉽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이다. 아직 미숙한 솜씨로 밑그림만 대강 그려져 있는 학생들의 손에, 다채로운 물감들을 쥐어주고 학생이 빈 캔버스를 아름답게 그려넣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다. 차가운 겨울 땅 밑에서 겨우겨우 움트기 시작하는 여린 씨앗을 위해, 그 씨앗이 품고 있는 미래의 열매를 위해 손수 호미를 들고 언 땅을 녹여주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으로서 실격이었다.
도리어 나는 한민이에게 배운 것이다. 한민이는 나에게, 선생님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알게 해 주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기간이 일주일 늦어졌다. 작년같으면 딱 장마철인데, 이번에는 그건 피했다. 대신, 찌는 듯한 한여름이다.
이번에는 내가 열린교실 지기를 맡다 보니, 국어 모둠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대형 강의실이 학생들 이야기 소리로 가득 울린다. 이제 또 일주일 시작이군. 그 때, 누군가 나를 향해 말을 건다.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이번엔 아예 모둠 교사도 아닌데, 누가 또 부르는 거지? 돌아보니, 작년에 국어 모둠에서 같이 했던 재훈이다. 약간 마르고, 안경을 쓰던 모습은 그대로인데,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듯 하다. 하긴, 이제 3학년이니까.
언제나 그렇듯 정신없는 입학식을 마치고, 점심은 그냥 국어 모둠에 끼어서 먹기로 했다. 사범대 뜰 안에 앉아서 냉면을 기다리는 동안, 재훈이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고등학교 말인데요… 엄마 아빠가 자꾸 외고 가라고 그래요. 나는 외국어는 별로 자신 없는데… 거기가 좋다고 자꾸 가라고 하시네요.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하죠?”
그리고, 나는 재훈이에게 되물었다.
“음… 그보다 먼저, 니가 하고 싶은 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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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화관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최근 들어 본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 끝까지 다 보고도 일어나기가 싫었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러브홀릭스의 <Butterfly> 때문이리라. 글 쓸 때 음악은 절대 듣지 않는 나인데도, 지금 집중력 감퇴를 무릅쓰고 배경음악으로 깔고 글 쓰고 있다. 집중력 좀 희생하더라도, 어제 영화를 볼 때 느낀 "심장의 소리"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다.
1.1.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 공식을 잘 따른 영화다.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환경, 각각 장애와 상처를 가진 선수들, 그들을 모으는 감독, 피나는 훈련과 극복, 인간 승리의 결말까지. 어찌 보면 너무 통속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공식을 그대로 대입했다.
그러나 공식을 대입했다고 해서 영화가 공식처럼 건조하지는 않다. 틀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인물들의 삶의 리얼리티가 높았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인해 무국적자("넌 투명인간이냐?")로서 살아가는 밥 혹은 차헌태(하정우님). 약물 복용이라는 과거 전력과,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최흥철(김동욱님). 가난과 질병(귀먹은 할머니와 정신지체로 보이는 동생), 그리고 군 입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강칠구(김지석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조선족(인지 중국인인지;) 아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마재복(최재환님). 그리고 실패투성이 인생을 사는 방 코치(성동일님)까지. 이들의 절실하고 진정성있는 삶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1.2.
이들의 장애가 극도로 표면에 부상하는 순간이 바로 대표팀이 해체 위기를 맞을 때이다. 영화는 그들이 다시금 방황하고 좌절의 경계선까지 밀려나가는 모습을 한 명 한 명씩 보여준다. 특히 최흥철이 약물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다량 구입하는 것은, 그들이 스키점프를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좌절과 죽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약국에서, 약사(오광록님)의 한 마디가 국면을 전환한다. "겨울 비가 내리네."
'비'는 문학적 상징성이 대단한 소재이다. 특히 겨울비, 찬비. 이것은 고통이자, 고통을 용해시키는 용매이다. 비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틈바구니에 스며들어, 응고된 한(恨)을 녹이고, 사람들 사이를 화해시킨다. 그리하여 선수들은 꽁꽁 막고 있던 자신들의 상처를 해소하고,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강봉구(이재응님)가 비를 맞는 장면은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켰다.) 마지막에 감독까지 자신에게 내리는 비를 가리고 있던 우산을 벗어버린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우산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
1.3.
개인 안에 박혀버린 상처와 장애를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할 것인가? 영화는 이런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의 무게 때문에, 영화가 자칫 비극과 신파 일변도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균형 잃음을 막기 위해, 영화는 코미디의 양념을 '매우 잘' 활용한다.
특히 강봉구의 희극적 행동은 영화의 조타수 역할 혹은 브레이크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다. 강봉구를 약간 바보스러운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예상가능한 행동 양식을 뛰어넘는다. 형이 스키를 부수고 난리를 치면서 절규할 때, 봉구는 "내 꺼야!"라고 하며 도망치다가 넘어짐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한다. 조폭이 칼 꽂고 협박하면서 영화를 액션 영화의 코너로 몰아갈 때,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이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할 때(솔직히 난 차헌태가 멋있게 복싱으로 나쁜 놈들을 제압할 줄 알았다;), 봉구는 "어이없게도" 조폭 두목을 후려갈기고 도망친다. 영화 마지막에 차헌태가 어머니가 준 설탕 토마토와 어릴 적 앨범을 보면서 보는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때도, 봉구는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토마토를 마구 집어먹는 용감한(?) 개입을 함으로써 영화를 신파에서 휴먼드라마로, 눈물에서 웃음으로 구해낸다.
이 정도면 강봉구 없는 「국가대표」를 설탕 안 뿌려진 토마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1.
물론 「국가대표」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특히 영화의 지나친(?) 국가주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에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자. 물론 이 애국가가 군국주의적인 승리를 위한 애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에서조차 차헌태(이미 귀화해서 한국인까지 된)가 따라부를 수 없는, 참여할 수 없는 애국가를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결국 차헌태는 결정적인 귀화 시험에서 떨어진 거다.
나아가 차헌태에게 귀화를 강요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자신을 버린 나라'에 귀화하지 않으면 어머니를 찾을 수조차 없다. 국민이 되지 않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자 관계도 지키기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말 백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미 제목 자체가 「국가대표」인데, 뭘 더 바라겠냐-_- 하지만 대안 없이 그저 '애국가'에만 의존하는 대중주의적 감성은, 내 생각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최소한 마지막에 차헌태가 따라 부를 수는 있게 말이다.(뭐 스키점프 예찬가 혹은 어머니 마음 이런 노래 없나?;;;)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는 굉장한 영화다. 특히 후반부의 스키점프 경기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심장이 터질 듯한 벅찬 느낌을 주었다. 상상도 되지 않는 무한대의 속도감, 그 정점에서 허공으로 점프, 날아올라, 그리고는 정지. 활강 순간의 정지된 화면,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 혹은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한 눈밭, 그리고 착지하는 순간의 안도감까지. 스키점프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그리고 스키점프를 통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대표"하게 되는 선수와 코치 모두,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4.
그 감동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사실 아까 부인이 아침밥 해 달라고 한 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얼른 글을 마무리해야하는데도, 쓰다 보니 어제의 감동이 더해져서 글이 길어졌네요. 이런 감동을 선물해 주신 공씨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부대 복귀해서도 늘 라디오로 듣고, 가능한 한 종종 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글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요^^;;;;
언제나 좋은 방송 감사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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