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문학회에서
수다스러움 + 메세지
수봉이^^;
커리: 박완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솔직히 이 책을 읽은 지는 엄청나게 오래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은 내 머리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작가를 생각했을 때 선뜻 이 작가를 추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선 소설의 구성은 화자가 형님에게 전화로 수다를 떠는 내용이다. 사실 처음에 수다떨기를 읽으면서 약간의 이질감도 느꼈다. 이런 형식 속에 과연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까…하는. 아마 내가 ‘수다’의 이미지를 약간 나쁘게 보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완서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사실 나는 『나목』, 『엄마의 말뚝2』, 그리고 『저문 날의 삽화』를 읽고 박완서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가벼움 속에 무거움. 그 무거움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투쟁을 하다가 죽은 아들을 둔 어머니. 그녀도 역시 민가협에 가입해 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가식은 한순간 깨어지고 만다.
의식이 없지만 자기 어머니만을 받아들이는 한 사람. 그도 역시 한 시대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다. 살아있기 때문에 느끼고, 그 어머니에게 반응한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주인공은 오열한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 그리고 자기 자신. 죽음은, 그리고 생명은 은하수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가 아닌가. 그래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절벽’까지도 울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투쟁에 대한 말만 하고 있지 않다. 투쟁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 더 소중한 가치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무게를 잡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더욱 위대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박완서의 소설들이 모두 자기자신의 삶 자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일기처럼. 흔히 소설은 삶을 다루는 문학이라고 한다. 그러면 소설의 허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박완서. 결코 가볍지 않은 작가다. 요즘 여성들의 문학이 자꾸 개인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때, 이 작가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90년대의 개인주의도 이제 끝나고 새로운 천년의 문학이 자리잡아야 하는 지금, 이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져줄 수 있을까.
*단어 정리
-운감(殞感): 제사음식을 귀신이 먼저 맛봄. 흠향(歆饗).
-민가협: 민주주의 실천 가족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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