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구현화님 미니홈피]괜찮아-괜찮아.
작성자 : 구현화
작성일 : 2004.06.30
두고 온 것들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반말들에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어느날 내가 살었는지 안 살었는지도 모를 삶이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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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시를 보고 아- 하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는- 무엇보다도 언어로 쓰여서
내 마음의 즉각의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매개제인 것 같다.
특히 잘 까먹는 나는
정말, 저럴 때가 가끔 있다...
왜 나는, 지나간 일들의 기억을 자꾸 손쉽게 놓곤 하는지
그 기억을 공유했던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게시리.
나는 불편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하니까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추억이 너무 많다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추억이 너무 많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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