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날맹에게 보낸 편지

까만★ 2012. 6. 14. 20:46

날맹~잘 지내?
오랜만에 편지 쓰지? 사실 그동안 일이 좀 매우 많았어..ㅜㅠ 그래서 야간자율학습 감독하면서 짬내서 편지 쓴다^^;
오랜만에 날맹 후원회 까페 가보니 기쁜 소식이 있더라. 가석방이 확정되었다구? 29일이면 지금부터 딱 보름이네^^ 정말 축하해~~!
이제 정말 달력에 날짜 꼽아가면서 출소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구나... 물론 날맹이야 마지막날 전까지 생활이 흐트러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는 건 있을 것 같아^^ 나오면 맨 처음에 뭐 하고 싶어?^^ 아쉽게도 29일이 금요일이라 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겠지만...ㅜㅠ 마중은 못 나가도, 나와서 몸 좀 챙기고 사람들 만나고 하면서 여유 생기면 나한테도 연락 줘^^(빨리 연락 달란 말은 안 할게.ㅋ 충분히 쉬어~내가 기다리면 되니까.ㅎㅎ)
난 최근에 큰 일을 치뤘어. 컨설팅 장학... 이름은 멋있지만, 뭐 공개수업이지.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내가 장학을 하게 된 수업 제재가 니가 지난 번에 보내 준 시 단원이지 뭐야?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사실 그게 공개 수업만 아니었으면 너 얘기도 수업 시간에 할 수 있었을텐데...^^; 아무리 반영론적 관점으로 읽으려고 해도 '억압적 정치 체제' 이상의 단어가 안 나오더라ㅜㅠ 말 그대로 자체 검열인가 보지ㅜㅠ
여튼 그 단원을 수업했는데, 자평하기로는 90점 이상의 성공이었어!! 그 반 자체가 나랑 소통이 잘 되는 반이기도 하고, 여자 반이기도 하고, 또 공개수업이다 보니 애들이 도리어 긴장해서 막 참여하고 그래서... 보신 선생님들이 모두 수업의 최고 무기로 '친화력'을 꼽으시더라구. 나도 2007년에 첫 해에 공개수업 할 때는 완전 얼어서 농담도 못했는데, 올해는 공개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농담도 일부러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고. 그리고 수업일기, 질문쪽지 같은 내 특유의 수업 방식이 컨설팅 위원들한테 어필한 듯해. 작년부터 매 수업시간에 실험삼아 하고 있던 건데, 다행히 약간씩 애들이 변하는 걸 보고 있어.
중요한 건, 내가 잘 해서 수업이 성공한 게 아니라 애들이 잘 해 줘서 수업이 성공한 거라는 거야.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그래야 자만심을 가지지 않고 겸허하게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을 듯해.
오늘은 내 얘길 많이 했네. 나와서 더 얘기 많이 하자. 술도 한잔 하고, 맛있는 채식도 먹으러 가고, 진짜 '얼굴' 보면서 얘기 많이 하자^^
그럼, 마지막까지 언제나 중요한 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인 거 알지? 잘 지내고!또 연락할게^^